'원투펀치' 정현(379위·머큐리)과 권순우(478위·국군체육부대)가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서 한국 남자 테니스의 부활을 이끈다.
한국 남자 테니스대표팀은 지난 13일 강원도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5 데이비스컵 월드그룹1(5판3승제) 카자흐스탄과의 홈경기에서 3-1로 이겼다. 당초엔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카자흐스탄의 승리가 예상됐다. 카자흐스탄엔 올해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8강에 오른 알렉산드르 부블리크(19위)와 최근 상승세가 돋보이는 2000년생 알렉산드르 셰프첸코(97위) 등 세계 랭킹 100위 이내 선수 2명이 버티고 있었다.
정현이 지난 12일 1단식에서 셰프첸코에게 0-2(4-6 3-6)로 패하면서 한국은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2단식에 나선 권순우가 부블리크를 상대로 1세트 타이브레이크 끝에 8-6 승리를 따내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이어 2세트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경기는 비 때문에 중단돼 2세트 잔여 경기가 13일로 미뤄졌으나, 경기 도중 오른쪽 다리 부위 통증을 느낀 부블리크가 경기를 포기했다. 승부는 1-1 동점이 됐다.
이어 복식의 남지성(복식 147위·당진시청)-박의성(복식 256위·대구시청) 조가 셰프첸코-스카토프 조를 2-0(6-2 6-3)으로 완파해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왔고, 3단식 정현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부블리크를 대신해 나온 포프코를 2-0(6-3 7-5)으로 꺾고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한국은 2026년 2월 데이비스컵 1차 본선인 진출전(퀄리파이어, 26개국)을 통해 최종 본선 파이널스(8개국) 진출에 도전한다. 데이비스컵은 '테니스 월드컵'으로 통하는 최고 권위 대회다. 한국은 데이비스컵 출전 이래 한 번도 8강에 오른 적이 없다.
정현은 특히 2세트 게임스코어 1-5에서 7-5로 경기를 뒤집는 뒷심을 발휘했다. 2018년 호주오픈에서 4강에 올랐던 정현은 이후 침체기를 겪었으나, 이날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에서 두 차례 우승한 권순우 역시 올해 1월 입대해 군 복무 중인 상황에서도 건재를 알렸다.
권순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투어 다닐 때 부블리크와 연습을 많이 했고, 4년 전 투어에서 한 번 이겼던 기억도 있어서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국군체육부대에서 배려해주셔서 외국 대회도 다녀오는 등 오히려 투어를 뛸 때보다 경기력이 좋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현은 "순간적으로 힘들 때도 팬 분들이 정말 많은 응원을 통해 포기할 수 없게 만들어 주셨다"며 "그 응원에 좋은 결과로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고 전했다. 정종삼 대표팀 감독은 "랭킹으로 봤을 때 카자흐스탄이 앞선다고 봤지만 홈 경기이기 때문에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또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이 무엇보다 컸다"고 팬과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