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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vs 대두' 볼모 삼은 美中…마드리드회담 기싸움 팽팽

연합뉴스

2025.09.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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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파악 이은 미중 2차회담 주목…美의 대중 관세율 논의 촉각 희토류·AI 수싸움도 관전포인트…"정상회담 성과 합의 쉽지 않을 듯"
'틱톡 vs 대두' 볼모 삼은 美中…마드리드회담 기싸움 팽팽
분위기 파악 이은 미중 2차회담 주목…美의 대중 관세율 논의 촉각
희토류·AI 수싸움도 관전포인트…"정상회담 성과 합의 쉽지 않을 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4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미중 무역회담 첫날에 중국 기업 틱톡과 미국산 대두를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 보도를 종합해보면 기존 이슈였던 고율 상호관세 부과, 미국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칩 등 첨단기술 제한과 중국의 희토류 공급 제한 문제에 대해 양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가운데 틱톡과 대두가 새롭게 쟁점화한 것으로 보인다.
미측이 이번에 틱톡 강제 매각을 정식 의제로 거론했고, 그에 맞서 중국도 수확기에 돌입한 미국산 대두 수입 문제를 새 카드로 내밀었다는 것이다.

◇ APEC 전후 미중 정상회담 관측 속 의제 조율에 속도
국제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미중 관세·무역 갈등과 대립은 적어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야 해결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 31일∼11월 1일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양국이 의제 조율에 속도를 내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까지 참석시킨 상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등장시킨 전승 80주년 열병식으로 '반(反)미·비(非)미 빅텐트'를 과시한 뒤 협상에 나선 모습이다.
앞서 지난 9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화상 통화를, 10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각각 통화해 국방·외교 사안에 조율한 뒤 14일 무역회담이 개시됐다.
마드리드 무역 회담 첫날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허리펑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중국 대표단은 6시간에 걸친 논의를 했다.
블룸버그는 오는 17일까지 중국 대표단이 스페인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15일 2차 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외교가에서는 지난달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미중 관세·무역전쟁의 '90일 휴전'이 재차 이뤄진 가운데 그 종료 시점인 11월 10일 이전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본다.

◇ 美, 틱톡 매각 압박 눈길…中, 美 대두 농가 볼모 잡기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 강매를 압박하고 나선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지금까지 미중 관세·무역협상에서 틱톡이 논의 대상이 된 적이 없었지만, 미측이 스페인 마드리드 회담에서 공식 의제로 올렸다고 전했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골머리를 앓아왔다.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영향권에 있는 틱톡이 2019년부터 미국 청소년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부터 개인 정보 유출은 물론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틱톡 사용 전면 금지를 추진해왔으나, 미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명 '틱톡 강제 매각법'을 제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강제 매각을 위한 시한을 세 차례 연장했으며 마지막 연장 시한은 이달 17일까지다.
이에 비춰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관세·무역 협상을 통해 중국 당국을 압박해 틱톡이 미국에서 자진 매각 후 철수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에 중국은 틱톡 매각 압박이 자국 기술 및 기업에 대한 부당한 대우이자 주권 침해 행위로 간주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으며, 이참에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 중단 조치도 불사한다는 강경 의지를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회담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 문제로 강한 압박을 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중국 공산당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사설을 통해 "미국의 대두 농가들이 수확 철을 맞았는데도 수십억 달러의 대두를 판매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전쟁이 끼치는 역효과"라고 강조한 데서도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이 신문은 미국 대두 농가에서는 중국으로부터 구매 주문이 없는 상황에서 수확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중국이 빨리 대두 주문을 4배로 늘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으나, 중국은 즉답을 피한 채 상황을 저울질해왔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6천103만t으로, 여기에서 브라질산은 70%였고 미국산은 25%가 약간 넘었다.
한때 미국이 중국의 최대 대두 수입국이기도 했으나, 미국과의 관세·무역 분쟁을 겪으면서 중국은 이를 바꿨다.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은 수입선 다변화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속내는 '대두 무기화'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상호관세율 줄다리기 '팽팽'…남중국해·대만 문제 논의 가능성 주목
국제사회가 가장 주목하는 의제는 미국이 중국에 부과할 상호관세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으로 미중 양국은 세자릿수 대의 보복적 상호관세 부과로 치달았으나 두 차례의 '90일 관세 휴전'을 거치면서 잠정적으로 조정됐다.
지난달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으로 미국과 중국은 각각 30%와 10%의 기존 상호관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이번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전쟁을 지속하는 러시아를 제재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러시아산 원유·가스 구매를 이유로 인도와 더불어 중국에 고율의 추가 상호관세 부과 의지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중국 추가관세율은 최소 '30%+@'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AI 반도체 칩을 포함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제한 조치에 대한 미중 논의의 흐름도 관심사다.
중국은 지난 4월 4일 희토류 17종 가운데 7종의 대미 수출통제 조치로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해 그것을 푸는 조건으로 미국 엔비디아의 AI용 H20 칩 수출 허가를 받아냈다. 희토류 공급망을 쥐고 있는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언제든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쓰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번 마드리드 회담의 미중 대표단 인적 구성이 경제·무역 분야 중심으로 짜인 점에 비춰볼 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선 미중 양국은 국방·외교 채널을 통해 추가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항행의 자유' 의지로 맞선 미국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무력 통일 불사 의지를 미국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어느 한쪽에 치우친 '의제 조율'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미중 양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복잡성과 (SCO 톈진 정상회의와 전승절 열병식 이후) 중국이 우위를 점한다는 시 주석의 확신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비춰볼 때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합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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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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