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보호 필요"…트럼프 행정부, 800억원대 긴급예산 신청
극단적 정치폭력에 대한 우려 반영…입법부 보호 강화 필요성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와 입법부에 대한 안전과 경호 강화에 나섰다.
미국 청년 보수 운동을 대표했던 찰리 커크의 암살 사건이 극단적인 정치 폭력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우려를 증폭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주 연방 대법관의 경호 강화를 이유로 5천800만 달러(약 805억 원)의 긴급예산을 의회에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의회가 예산을 승인할 경우 법원의 경비 업무를 주관하는 연방보안관실이 대법관의 추가 보호 활동에 자금을 사용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 보낸 예산 신청서에서 "공직자들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긴급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개정하는 대법원은 출생 시민권과 상호관세를 둘러싼 대통령의 권한 등 미국 헌정사상 가장 논쟁적인 사건들을 심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정책들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에 대법원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자칫 분위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명 정원인 대법원의 구성은 현재 6대 3으로 보수성향 대법관이 절대적 우세를 점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 대한 경호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예산 증액 방안까지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의회가 스스로 의회 경찰에 대한 예산 투입 확대를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의원들에 대한 경호는 의회 경찰이 담당한다.
지난 2021년 1·6 연방의회 폭동 사태 이후 의회 경찰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됐지만, 개별 의원에 대한 경호는 여전히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에는 한 남성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자택에 침입해 둔기로 펠로시 전 의장의 남편을 공격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향후 임시 예산안과 관련한 협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경호 예산 증액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여야 의원들로부터 경호 예산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존슨 의장은 "정책적으로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극단적인 정치 폭력의 원인 중 일부는 정치권의 과열된 정치적 수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