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맹폭했다. “사법부 독립을 위해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을 향해 ‘내 사건을 유죄로 판결했으니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 반헌법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반헌법적이냐”고 반문하면서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장의 임기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대통령 임기(5년)와 달리 6년이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사법부는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본인의 재판을 위해서, 대통령이 현직 대법원장을 향해 사퇴하라고 외치는 더불어민주당의 저열한 목소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표현했다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직격했다.
이어 장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는 본인이 몸담고 있던 열린우리당이 ‘선거에서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 한 마디였다”며 “(이 대통령은) 내란특별재판부가 무엇이 위헌이냐는 인식을 갖고 민주당에 속도 내라는 보이지 않는 명령을 한 것이 아닌가. 그런 인식으로 국정을 이끄는 것 자체가 법치를 무너뜨리는 일이고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여당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조 대법원장은)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서 좀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점에서는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강 대변인의 발언이 몇 차례 수정되긴 했지만 국민의힘의 반발은 거셌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법치 파괴 폭주이자 선출 독재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당의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명백한 보복”(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법원이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에 대한 앙갚음 차원이라는 것이다.
부산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세는 이어졌다. 장 대표는 “대통령실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표현했지만, 원칙적 공감이 아니라 대통령이 가장 원하는 바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민주당 전체가 집단 광기에 휩싸인 듯하다. 실제로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은 분은 용산에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격에 가세했다.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의원은 “이재명 괘씸죄로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했고, 검사 출신인 주진우 의원은 “이 대통령 본인의 재판을 없애고자 하는 노력이 눈물겹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법부 숙청을 연상시킨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공격 수위를 올렸다. 법사위 소속 조배숙 의원은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재판에 대해 잘못된 것, 정치적인 것이라고 사법부와 대법원장을 몰아세운다”며 “그만큼 내란죄 법리에, 유죄에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헌법 질서 파괴를 계속한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말도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본인의 재판을 멈추려고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이면 탄핵 사유가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 언급하지 않겠지만 헌법 질서 파괴 행위를 계속한다면, 저항할 수 있는 행위에 있어 여러 가능성을 놓고 논의하겠다”고 했다.
개혁신당도 여권의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드디어 삼권분립마저 부정하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완장을 차고 전체주의적으로 밀어붙이는 국면”이라고 했다. 금태섭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삼권분립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다. 피를 먹고 자랐다는 민주주의가 땅에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적었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대표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재판에서 징역형을 구형받은 나경원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추천을 철회를 요구하자 “아직 선고도 나지 않았다. 대법원 유죄 판결까지 났던 이 대통령이 자리를 비킨다면 나 의원에 대한 간사 추천을 철회하겠다”고 맞받았다.
이날 남부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나 의원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에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나 의원이 있어야 할 곳은 법사위 간사 자리가 아니라 법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