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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도 리조트 첫 삽도 못 떠…주민들 “2년째 희망고문”

중앙일보

2025.09.1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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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원산도 야산에 ‘대명로타리’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보령 원산도에 들어설 예정이던 대규모 리조트가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리조트를 건설하겠다던 회사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 대한민국 최고의 리조트를 만들겠다”며 2년 넘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충남도와 보령시는 “권한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주민들은 “리조트 건설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 “언제까지 희망 고문만 할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충남도와 대명소노그룹은 원산도에 객실 1500개 규모의 대규모 리조트(소노호텔앤리조트 원산도)를 짓겠다며 2023년 9월 기공식을 열었다. 당시 대명소노그룹은 “2028년 리조트를 완공할 예정으로 국내에 짓는 마지막 리조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조트가 문을 열면 고용 효과 4만3000여 명, 생산유발 효과 2조4700억원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첫 삽은커녕 사업 예정지로 들어가는 길도 조성되지 않았다. 지난달 말 취재진이 살펴본 사업 예정지 주변은 소형 트럭이나 승용차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비포장도로가 전부였다. 인근에 사는 주민은 리조트가 들어서는 장소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사업 예정지는 잡목과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리조트 착공이 지연되자 지역 정치권도 충남도와 보령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충남도의회 편삼범 의원은 지난 10일 도정질의에서 “소노그룹은 티웨이 항공사를 인수해 사업을 확대하면서도 리조트 건설은 지연시키고 있다”며 “이러다가 (리조트 건설) 사업이 불발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10월 충남도에 관광사업 착수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2022년 11월 관광단지 지정계획 승인을 받고 2년 이내에 착공하는 게 원칙이지만 대내외 여건 때문에 착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충남도는 대명소노그룹의 신청을 받아들여 기한을 1년간 연장했다. 조기 착공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보령시와 충남도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대명이 신청한 연장기한 만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청 내부에서는 “1년 추가 연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7월 남해에 리조트를 오픈한 소노그룹은 현재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소노그룹이 경주에 있는 리조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는 것도 원산도 리조트 착공 지연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애초 1500개로 예정됐던 객실이 500개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충남도 박정주 행정부지사는 “건설 경기 침체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여건 악화 등으로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지만 회사 측에 사업 착수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대명소노리조트 건설 사업이 지연되면서 관련 사업도 줄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충남도는 리조트를 중심으로 원산도를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원산도 오섬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리조트를 포함해 해상 관광 케이블카 설치, 선셋 아일랜드 바다역 건설 등이 포함됐다. 민자사업으로 건설하는 해상 케이블카는 8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사업자 측이 ‘리조트 준공 후 건설 추진’을 조건으로 내걸어 착공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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