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하며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의견서는 수백 페이지 분량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특검팀은 의견서에서 “한 전 대표가 저서에서 밝힌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려 했으나, 추 전 대표의 의총 장소 변경으로 참석하지 못한 의원’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대표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서 피해자를 특정하는 과정과 직결되며, 혐의 입증을 위해 반드시 한 전 대표를 증인신문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판 전 증인신문 청구(형사소송법 제221조의2)는 검사가 수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실을 아는 사람이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할 때 법원이 증언을 미리 확보하는 절차다. 특검팀은 지난 10일 한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하면서 이러한 필요성을 상세히 의견서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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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저서, 표결 못 한 의원 실명 공개 안 해
한 전 대표는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원내대표 발로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국민의힘 당사로 모이라는 메시지가 여러 차례 발송됐고, 비상계엄 해제 표결 의사가 있었음에도 참여하지 못한 의원들이 있었다”고 했다. 해당 의원들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바로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의 장소 변경으로 일부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해당 의원들은 직권남용의 직접적 피해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피해 의원이 특정될 경우 추 전 원내대표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는 한층 구체적 근거를 얻게 된다.
특검팀은 한 전 대표에게 정식 소환장을 두 차례 발송하고 유선 연락 등 수차례 접촉했지만 회신이 없었다며, 공판 전 증인신문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의견서에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한 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건 수사 필요성을 일차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라며 “한 전 대표가 불응할 경우 재판부는 통상의 증인신문과 마찬가지로 과태료 처분이나 구인 조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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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미 공개된 이야기”… 법조계 “증거 능력은 달라”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이미 책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실을 공개했으므로 특검 조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저에게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이미 다 공개돼 있다”며 “특검의 출석 요구는 강제로 끌어내 모욕을 주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저자가 혼자 정리한 책과 수사기관의 질문·답변 형식으로 남는 조서는 신빙성에서 차이가 난다”며 “특히 공판 전 증인신문은 판사 앞에서 증언하는 절차여서 피고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독자적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불출석 시 재판부가 과태료 또는 구인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당일 국회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국민의힘 핵심 인사 진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한 전 대표 외에도 서범수·김희정·김태호 의원에 대해서도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29일 오후 3시 김희정 의원 ▶30일 오후 2시 김태호 의원 ▶30일 오후 4시 서범수 의원 각각 신문하기로 기일을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