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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4개 꾸러미가 1000원"…오픈런 터진 '천원매점' 어디

중앙일보

2025.09.15 13:00 2025.09.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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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가천대학교에 개점한 '천원 매점'에서 학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천원 매점'은 고물가 시대 생활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을 위해 생필품과 먹거리 등을 4개씩 묶음으로 1000원에 판매하는 매점이다. 최모란 기자
지난 11일 오전 9시30분쯤 경기도 평택시 평택대학교 학생관 1층 천원매점 앞. 문을 여는 시간(오전 10시)까지 한참 남았는데도 매장 앞은 학생들로 붐볐다. 오픈런 대기 인원만 60여명에 달했다. “천원매점 시작합니다. 두 줄로 서서 입장해주세요” 매니저들의 말이 끝나자 작은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손에 든 학생들이 쇼핑을 시작했다.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4학년 박주영(24)씨는 “편의점에선 컵라면 1개 가격이 1800원인데 여기선 컵라면에 컵밥, 냉동식품 등 4개 물품을 묶어서 1000원에 판다”며 “이렇게 싼데 안 살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경기도가 전국 처음으로 운영하는 ‘대학생 천원매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고물가 청년 대책 중 하나인 천원매점은 지난 3일 평택대와 성남시 가천대에 각각 문을 열었다. 즉석밥, 냉동식품, 샴푸·클렌징폼 등 생필품 30여종의 물품을 4개씩 꾸러미로 묶어서 말 그대로 1000원에 판다. 평택대는 매주 화·수·목요일, 가천대는 매주 화·목요일 운영하는데, 물건 가격이 시중의 10% 수준이어서 문을 여는 날은 아침 일찍부터 매장 앞이 인산인해다. 평택대 스마트모빌리티학과에 재학 중인 정동원(27)씨는 “파는 물건도 유명 브랜드의 좋은 제품인데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싸다”고 했다.
3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 개소한 '대학생 천원매점'에서 학생들이 생필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매장 앞엔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한 ‘천원매점꿀 조합 레시피’ 알림판도 있었다. ‘화가 많이 나는 날’은 불닭 라면+매운 라면을 끓여 참치를 넣어 화끈하게 먹고 개운하게 양치(치약·칫솔)를, ‘한국사 만점 패키지’는 갈비탕과 즉석밥에 냉동 매운 만두로 집중력을 올린 뒤 양치하는 코스 등이다.
지난 3일부터 시작한 경기 평택대 천원매점. 오픈한 지 30분도 안됐는데 매대의 물건들이 동이 났다. 최모란 기자

영업을 시작한 지 30분도 안 됐는데 매점 안의 일부 진열대는 텅 비어있었다. 매니저들은 진열대에 물품을 채워놓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항상 물건이 일찍 동이 나 개점 이후 마감 시간(오후 2시)이 지켜진 적이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평택대 관계자는 “매장의 혼잡도를 막기 위해 시간당 입장 인원을 20명으로 정하고, 하루 이용 인원도 200명으로 제한했는데 정오쯤이면 항상 물건이 없어서 어쩔수 없이 영업을 종료한다”고 말했다.

가천대도 대학축제 등 총학생회 일정으로 3일과 4일 이틀만 문을 열었는데 600~650명이 이용했다.

매점 운영은 철저하게 재학생 중심이다. 매점 안에 들어온 상품들은 편의점 판매량과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거쳐 선정됐다. 매장 관리는 물론 물품 발주·재고 관리 등은 학생회에서 담당한다. 이를 위해 평택대 학생회와 가천대 학생회는 천원매점 운영 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한다.
지난 6월 9일 오전 경기도청 율곡홀에서 열린 경기도 대학생 천원매점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매니저들이 모바일 학생증 기능을 가진 ‘헤이영 캠퍼스 앱’을 직접 확인해 재학 여부를 파악하기 때문에 외부인이나 휴학생 등은 이용할 수 없다. 현금 분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모든 결제는 계좌 이체로 진행한다. 매점 수익금도 매점 근무자를 위한 인건비나 추가 물품 구매 비용 등으로 쓴다. 신유성 평택대 비상대책위원장(25·ICT환경융합과 4학년)은 “학생 상당수가 기숙사나 자취를 하고 있어서 육계장, 통조림 햄 등 레토르트 식품이나 소포장 된 클렌징폼 등은 인기가 많은데 샴푸나 샤워워시 등은 대용량으로 사전에 구매해서 그런지 판매량이 적다”며 “학생들의 반응이 좋은 품목을 더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시작한 경기 평택대 천원매점. 오픈한 지 30분도 안됐는데 매대의 물건들이 동이 났다. 최모란 기자
천원매점이 인기를 끌면서 교내 매점이나 학교 인근 편의점은 찾는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평택대 관계자는 “천원매점을 시작하기 전 교내 매점 운영자에게 사업 취지 등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는데 ‘학생들을 위해 좋은 일이니 매출 감소를 감안하겠다’며 흔쾌히 이해해줬다”며 “천원매점 입고 품목도 컵라면 외엔 교내 매점과 겹치는 것이 없도록 조치하고 학생들에게 교내 매점을 홍보하는 등 대책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이다. 천원매점의 운영자금은 NH농협은행 경기본부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에 지정 기부한 3억원이다. 경기도는 연말쯤이면 관련 재원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한다. 두 대학이 천원매점 운영을 확대하거나, 다른 대학에 천원매점이 입점하면 부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택대는 평택시와 협업하는 등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내 다른 대학들에서도 천원매점 운영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서 NH농협은행 외에 다른 기부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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