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지역총소득 6만 달러' 도시 울산이 여성 고용 꼴찌 불명예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 전용 금융대출 카드를 꺼냈다. 공장 굴뚝이 많은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 탓에 여성 고용률이 전국 최하위에 머무는 현실을 고려해 지자체가 이례적으로 직접 여성 창업·금융 대출 지원에 나섰다.
울산시는 16일 BNK울산경남은행·울산신용보증재단과 협약을 맺고 울산 여성 창업 특례보증 지원사업을 오는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총 12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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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7년 이내 여성 대표 대상
대출 대상은 울산에 거주하며 식당이나 옷가게 등 사업장 창업 7년 이내 여성 대표다. 한 곳당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시중 변동금리보다 최대 1% 낮은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예컨대 신용등급 1~2등급(신용 평점 840~1000점)의 경우, 평균 5.34%인데, 이를 최저 3.51%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낮춰진 만큼의 대출 이자는 울산시와의 협약에 따라 은행에서 부담한다. 이와 별도로 울산시는 자체 예산(1억원 규모)을 울산신용보증재단에 지원한다. 이를 통해 재단 측은 최장 5년간 보증을 제공하고, 보증료율을 연 1%에서 0.7%로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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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점 제한 완화
또 신용 평점 제한 완화와 보증심사 간소화를 통해 저신용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금융 문턱을 대폭 낮춘 점이 이 사업의 특징이다. 울산에는 여성이 대표로 식당 등 사업장을 운영하는 곳이 1200여곳 있다.
이번 대출 지원은 울산시가 추진하는 여성 고용 확대 정책과 맞물린다. 지난 3일 열린 울산 최초 여성 전용 취업 박람회에는 100개 기업과 1100여명의 구직자가 참여해 채용 면접이 진행됐다. 울산시는 창업 지원과 일자리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엔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에 '여성창업지원존'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게 사무공간 제공 등 지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여성인턴지원금 확대 정책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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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많은 울산, 여성 고용은 '전국 꼴찌'
일자리가 넉넉한 울산이지만, 여성 고용 지표는 전국 꼴찌다. 2023년 여성 고용률은 48.5%로 전국 평균(54.5%)보다 6%p 낮았다. 남성과의 격차는 20%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여성 고용률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여성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남녀 임금 격차도 심각하다.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2021년 울산 여성 근로자의 월급은 남성의 56.9%로, 전국 평균(62.0%)보다 5.1% 낮았다.
이같은 불균형 속에서 울산을 떠나는 젊은 여성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의 지역조사(1000명 대상) 결과 여성 지역 이탈 이유 1순위는 '남성 중심 산업 구조'(25%)였으며, '여성 일자리 부족·낮은 급여'(22.9%)가 뒤를 이었다. 울산시는 이번 특례보증 사업을 통해 여성 창업, 취업, 울산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금융 장벽을 낮췄다"며 "여성의 지역 정착과 성별 고용 격차 해소, 지속 가능한 일자리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