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화범 원모(67)씨에게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살인미수와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원씨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20년형과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 보호관찰 3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이혼소송 결과에 대한 불만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로 지하철 전동차 바닥에 다량의 휘발유를 쏟아 불을 질러 무고한 승객 생명을 위협하고 사회적 불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으로 다수 피해자가 신체·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대피가 지체됐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만큼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원씨는 지난 5월 31일 오전 8시 42분쯤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터널 구간을 달리는 열차 안에서 휘발유를 바닥에 쏟아붓고 불을 질러 자신을 포함한 승객 160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승객 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화재로 원씨를 포함한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되고, 129명이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았다. 또 열차 1량이 일부 소실되는 등 3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원씨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온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으며,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중교통인 지하철에서 범행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씨가 범행 전 휘발유를 미리 구입해 범행 기회를 물색하러 다니고, 정기예탁금·보험 공제계약 해지와 펀드 환매 등으로 전 재산을 정리한 뒤 친족에게 송금하는 등 신변을 정리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 원씨는 사이코패스 성향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씨에 대한 선고 기일을 다음달 14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월 말 원씨에 대해 1억8400만원 상당의 가압류 신청 및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