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인사가 통화정책 정하는 연준 이사 겸임은 처음
WSJ "월가에서 실패를 계기로 MAGA 경제 이론가로 거듭나"
월가 무명 애널에서 트럼프 경제 책사로…마이런, 연준 흔드나
행정부 인사가 통화정책 정하는 연준 이사 겸임은 처음
WSJ "월가에서 실패를 계기로 MAGA 경제 이론가로 거듭나"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트럼프 충성파'이자 '관세 정책의 설계자'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42)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도발적 경제학자가 어떻게 연준을 뒤흔들었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월가의 무명 인사였던 마이런이 어떻게 전 세계적 파급력을 지닌 미국 통화정책을 좌우하는 자리에 올랐는지 조명했다.
2년 전만 해도 마이런은 금융 분야에서 경력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했다. 그가 공동창업한 투자회사는 제대로 도약도 못 해본 채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연준을 개편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의 최전선에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연준 이사 인준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마이런은 1930년대 현대적인 연준이 구축된 이후 중앙은행에 동시에 몸담는 첫 현직 행정부 인사가 됐다.
마이런은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참석해 금리 결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과거 행정부 인사가 연준을 오가는 일명 회전문 인사를 비판했지만 자신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에서 물러나지 않은 채 연준 이사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런은 인준 청문회에서 4개월간의 연준 이사 임기 동안 국가경제자문위원장직을 휴직한다면서 대통령 경제 정책을 옹호하는 역할은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텍사스대 경제학과 교수 캐롤라 바인더는 "국가경제자문위원회에 머문다는 것은 그가 기꺼이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밀어붙이겠다는 매우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WSJ은 마이런이 연준 이사가 된 것에 대해 월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하버드대 출신 경제학자가 미국 통화정책의 최상층부로 수직 상승했다며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작전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급부상의 비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국정과제에 대한 뿌리 깊은 헌신과 도발적인 주장으로 논란을 야기하는 능력을 지목했다.
마이런 자신도 이런 평가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WSJ과 인터뷰에서 금지된 질문을 던질 용의가 집단사고와 싸우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대에서 학사 학위를 딴 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마이런은 졸업 후 월가에 합류했다. 채권·외환 분석가로 일하다 '소바넘'이란 뉴욕의 소규모 헤지펀드에 입사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그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자국의 제조업을 지탱하는 동시에 타국의 제조업은 파괴하며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정치적 관점을 굳히게 됐다.
마이런은 2012년 공화당의 대선 예비경선에서 밋 롬니가 중국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을 때 기뻐했지만 롬니가 이 공약을 접자 이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정책을 바꾸고 더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마이런은 자신을 대변해줄 후보를 찾았다고 생각했다고 WSJ에 말했다.
이런 성향은 소바넘에서 마이런을 이방인으로 만들었다. 500만달러로 시작한 그의 자산 운용 규모는 한때 수천만달러까지 커지기도 했지만 일부 동료들은 그의 투자 결정이 정치적 성향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결국 투자자 확보에 실패하면서 문을 닫았다. 트럼프 1기인 2020년 마이런은 재무부에 합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 후 투자관리업체 앰버웨이브 파트너스를 공동 창립했다.
이 회사는 2022년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지만 투자 성적은 평균 수준이었고 이후 헤지펀드로 전환했지만 투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 2023년 말 폐업했다.
그러나 이 실패는 마이런이 마가(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진영의 스타로 발돋움하는 전환점이 됐다. WSJ 등 각종 매체에 경제 정책에 대한 기고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론가의 면모를 다지게 된 것이다.
그의 논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피터 콘티-브라운은 그의 글을 두고 "매우 괴짜스럽지만 흥미로운 방식으로 괴짜였다"고 논평했다.
월가는 대체로 마이런의 주장을 무시했지만 트럼프 진영은 그를 주목했고 이는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 지명으로 이어졌다.
마이런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발언했다. 심지어 2010년대 이후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며 금리가 장기간 더 높게 유지돼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6월 CNBC와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마이런은 "대통령이 통화 정책에 대해 줄곧 옳은 판단을 내려왔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지목해 "염두에 둔 것보다 더 크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재차 압박했다. 월가는 마이런이 이런 압박에 동조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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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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