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일본 축구 전문가가 '월드컵 우승'을 외치는 자국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스포르티바'는 16일(한국시간) "축구 평론가 세르지우 에치고가 그래도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일본 축구대표팀을 향해 '너무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축구가 겸허하게 8강을 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라고 보도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 대표팀은 꾸준히 월드컵 우승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물론 장기 계획으로 세우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겠다는 각오지만, 여러 선수들이 우승을 입에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신감과 희망이 섞인 이야기.
당연히 현실적으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본이 나름 꾸준히 월드컵 16강 무대를 밟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건 맞지만, 최고 성적도 16강이다. 월드컵 우승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나 프랑스, 스페인, 잉글랜드, 브라질 등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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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팀은 최근 열린 9월 A매치 미국 원정 2연전에서도 고개를 떨궜다. 멕시코를 상대로 졸전을 펼친 끝에 0-0으로 비겼다. 전방 압박으로 성과를 내는가 싶었지만, 후반 들어 오히려 멕시코의 공격을 막는 데 급급했다.
미국전에선 0-2로 완패했다. 일본은 초반부터 미국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흔들렸고, 전반 30분 알레한드로 젠데야스의 선제골을 허용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 들어 미나미노 다쿠미, 가마다 다이치, 미토마 가오루 등을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후반 19분 플로리안 발로건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아무리 모리야스 감독이 베스트 11을 모두 바꾸는 등 실험저인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지만,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두 경기에서 180분간 슈팅 20개를 기록했으나 무딘 결정력에 발목 잡혀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같은 상대를 만난 한국은 미국전 2-0 승리, 멕시코전 2-2 무승부를 거뒀기에 더욱 비교됐다. 홍명보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멕시코를 상대로도 역전승을 거둘 뻔했으나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내주며 1승 1무에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일본에 비하면 훨씬 더 시원시원한 공격을 펼치며 '스리백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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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과 브라질에서 현역 선수로 활약했던 에치고도 일본이 월드컵 우승이라는 허황된 꿈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계 브라질인 2세인 그는 현재 일본에서 축구 평론가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에치고는 일본의 미국 원정 2연전 결과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카타르 월드컵 이후 4년 동안 도대체 뭘 했는가 하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아시아에선 이길 수 있어도 상대 레벨이 올라가면 이길 수 없다"라며 "멕시코전 초반엔 잘 압박했지만, 후반 들어 운동량이 떨어지자 반대로 위기를 맞았다. 당연히 90분 내내 계속 거는 건 무리다. 페이스 배분이나 흐름을 바꾸는 선수 교체 등을 기대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전도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에치고는 "골키퍼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5, 6골을 내줘도 이상하지 않았다. 두 경기에서 얻은 최대 수확은 선수층이 얇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라며 "아시아 예선에서 선발 멤버를 고정시켰던 폐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론은 월드컵 우승 대신 어느 정도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라는 것. 에치고는 "모리야스 감독과 선수들은 이번에도 월드컵에서 우승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멕시코도 미국도 절대 우승을 노리는 팀이 아니다. 잘 쳐줘도 16강, 8강 정도 실력이며 이번에 베스트 전력도 아니었다. 그런 팀을 상대로 1무 1패, 무득점"이라며 "일본은 아시안컵에서도 8강 탈락했고,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월드컵 우승은 근거가 없다. 아직 도전자인 만큼 우선 8강 정도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