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작한 드라마 ‘폭군의 셰프’(사진). 현대의 프랑스 음식 요리사가 조선 시대로 타임슬립하여 당대의 폭군이자 음식에 예민한 절대미각인 임금 연희군의 대령숙수가 된다는 이야기다. 연희군은 연산군을 그 모델로 하고 있는데 역사서를 보면 연산군이 실제로 진귀한 음식을 탐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절대미각 폭군이라는 개념이 완전 허구는 아닌 셈.
그런데 절대미각이란 정말로 있을까? 드라마에서는 음식을 먹고, “홍시 맛이 나서…”라고 말하는 전지전능한 미각의 신들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글쎄다. 실제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내로라하는 와인 전문가들도 정확하게 와인 산지를 맞히지 못했다.
심리학에서도 절대미각의 개념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간혹 매우 민감한 미각의 사람들이 있다. 수퍼 테이스터라 불리는 이들은 일반인에 비해 혀에 맛을 느낄 수 있는 미뢰의 수가 더 많아 매우 민감하게 맛을 지각한다. 그런데 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미식가는 아니다. 지나치게 민감한 미각 때문에 못 먹는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들에게는 브로콜리나 케일 같은 야채는 거의 쓴 한약의 느낌이고, 사 먹는 음식은 거의 소금에 절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맛 지각은 일정하지 않다. 몸과 마음 상태, 계절이나 온도, 환경에 따라 동일한 음식도 다르게 지각하는 것이 미각의 세계이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는 단맛에 더 민감해진다.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단맛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짠맛의 민감도가 낮아진다. 비행기 안에서의 엔진 소음은 단맛과 짠맛에 대한 민감도를 감소시키고, 기압과 습도는 후각의 민감도를 낮춰서 풍미가 밋밋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맛의 세계는 답이 없고 그래서 재미있다. 요리사가 고객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사람들과 즐긴다면, 음식에 예민한 미식가가 아닌 음식을 사랑하는 대식가인 나도 즐거운 음식의 기억 한 조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