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에 철조망으로 둘러싼 교도소 같은 곳에서 일주일을 지낸 동료들을 보니 눈물이 났습니다. 그들에게 어떻게 다시 미국에 가서 일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00여 명이 무사히 돌아왔지만, 상처는 깊게 남았다. 사태 수습을 위해 미국에 다녀온 LG에너지솔루션의 한 직원은 “현장 분위기는 참담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 투자한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인들은 “남의 나라 근로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다니 황당하다” “영문도 모른 채 쇠사슬에 묶여 잡혀갔는데, 무사히 돌아왔다고 해서 이대로 덮을 일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무사 귀환을 위해 잠시 눈감았던 ‘불편한 진실’을 복기하고, 강력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선 ‘체포와 구금이 적법했느냐’부터 다시 짚어야 한다. 미국 이민 당국이 법원에서 받은 수색 영장에는 대상 인물로 히스패닉계 추정 노동자 4명만 적시돼 있었다. 한국인은 1명도 없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 이민 당국이 단속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체포 규모를 키웠다는 의심이 든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활동이 정말 불법이었는지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구금된 한국인 317명 가운데 146명은 단기 출장(B1)·관광 및 가족 방문(B2) 목적의 비자를 소지했는데, 특히 B1 비자에 대한 한미 간 해석 차이가 있다. 기업들은 B1 비자는 ‘장비 설치·교육·회의 참석’ 등이 모두 가능한 비자로 본다. 근거도 분명하다. 기업들은 미 국무부 외교 업무 매뉴얼에 따랐고, 주한미국대사관과 소통하며 비자 가이드라인을 잡았다고 설명한다.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를 과도하게 단속한 것은 아닌지, 미국에도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이번 사태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필수다. 현장 기업인들이 느낀 모욕감을 해소하는 건 비자 문제와는 별개의 또 다른 숙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라며 유화 메시지를 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의심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면, 기업들의 대미 투자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물론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미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이미 집행한 대미 그린필드 투자(생산시설 직접 투자) 규모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가 양국 경제 동맹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려면,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한다. ‘언제든지 기업인을 구금할 수 있는 나라’에서 계속 일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