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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에서 내려와 전체 국민 아우르라”는 이석연의 고언

중앙일보

2025.09.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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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집권 과정의 논리로는 국정 운영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통합 리더십 발휘해야 할 때

이석연 신임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15일 취임식에서 자신을 임명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다짐한 데 이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통합의 정치와 행정을 펼치겠다”고 한 발언을 다시 짚었다. 그러면서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통치할 수는 없다’는 사기(史記)열전 문구를 인용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논리로 집권했지만 국정 운영은 그 논리로만 할 수 없는 만큼, 이제는 말 위에서 내려 전체 국민을 아우르고 함께 가는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이 이런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극심한 국론 분열이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치유되기는커녕 정치와 지역을 넘어 세대·계층·젠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 없이는 민생경제 회복도, 튼튼한 국가 안보도, 냉혹한 국제 신질서 대처도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는 호소다.

실제 정치권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심지어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여야 의원들은 상대를 향해 “내란 좀비” “일당 독재”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 해산 청구를 언급했고,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 어제 국회 법사위에서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 안건을 두고 고성이 오간 끝에 결국 민주당 반대로 부결됐다.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파국을 겪은 후에도 ‘아스팔트 우파’와 ‘개딸’로 상징되는 여론 분열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주며 국민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전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반응이 나온 것은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이 대통령마저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는 말로 여당의 무리수에 힘을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상호 정무수석 등이 “대통령실이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의할 계획은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사법부 흔들기라는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민 통합은 국민의 생각과 행동을 특정 틀에 묶어 놓고 같이 가는 게 아니라, 각자가 지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공존과 번영을 위해 함께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와 생각이 다르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과도 함께 가야 한다는 당연한 요청이다.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중도 보수 인사를 국민통합위원장에 앉힌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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