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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빅테크 중국계 브레인, 잇단 고국행…빨라지는 ‘AI 굴기’

중앙일보

2025.09.16 08:52 2025.09.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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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에서 일하던 중국 인재들의 본국 귀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월 구글의 AI 조직 딥마인드 우융후이 연구 부사장이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의 AI 연구개발 부서 책임자로 이직한 데 이어 최근 오픈AI 연구원 야오순위가 텐센트로 이직해 화제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야오순위의 몸값은 195억원으로 미국 AI업계에서 중국으로 이직한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선 중국 테크 인재들의 귀환 도미노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7월 미국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VC)인 멘로벤처스 소속 파트너 디디 다스는 내부자로부터 입수했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메타의 ‘초지능 연구소’ 인재 명단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44명 중 21명(47%)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점이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이들은 우융후이와 야오순위처럼 중국에서 칭화대, 베이징대 등 학부를 졸업한 뒤 MIT, 스탠퍼드대 등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해 양국의 기술과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미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의 연구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미국 ‘우수 AI 연구원(상위 20%)’의 국적 비중(2022년)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47%로 가장 높았다. 미국(18%), 유럽(12%), 인도(5%)가 뒤를 이었다. 2019년 중국은 29%였는데 3년 사이 18%포인트 늘었다.

박경민 기자
미국에서 활동하던 중국 인재들의 본국행(行)은 매년 늘고 있다. 스탠퍼드대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한 중국 과학자·연구원 중 귀국한 이들의 비율은 2010년 48%, 2021년 67%, 지난해 75%로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인 2018년 경제·기술 분야 스파이를 잡겠다며 중국 학자와 연구원들을 조사한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킨 영향도 일부 있었지만, 최근 양상은 다르다. 업계에선 중국 테크 인재들의 본국 귀환 배경으로 중국의 해외 인재 영입 프로젝트인 치밍(啓明·QM) 계획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까지 10년간 첨단 기술 육성을 위해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천인계획’을 운영하다 중단했다. 2023년 로이터 보도 등에 따르면 2년 뒤 중국은 치밍 계획이란 유사한 프로그램을 부활시켰다.

치밍 계획은 반도체처럼 민감하거나 기밀 영역을 포함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해외 고급 인재를 모집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치밍 계획을 감독하는 공업정보화부는 청년인재·혁신인재·해외 포스트닥터 등으로 나눠 지난 7월 해당 인재를 모집했다. 정부 심사를 통과한 인재에게는 국가 지원급 100만 위안(1억9400만원)을 포함해 지역 성(省)급 매칭 지원금까지 약 3억8800만원을 일시에 지급한다. 또 추가 지방 매칭 지원금, 임금, 주택보조금 등까지 종합하면 치밍 계획 기준을 통과한 특급 해외 인재의 경우 최대 12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박경민 기자
반면에 국내에선 인재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과학 연구자 중 국내 유입 비율보다 해외 유출 비율이 0.21%포인트 많아 순유출을 기록했다. 중국은 유입 비율이 0.24%포인트 더 많았다. AI 인재는 2022년부터 순유출로 돌아섰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AI 인재는 인구 1만 명당 0.36명꼴로 해외로 유출됐다.

박경민 기자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빅테크의 중국 인재들 귀환이 늘어나는 추세로, 이직 도미노가 시작될 수 있다”며 “중국 반도체 인재가 미국에서 돌아와 굴기를 만들었듯 AI 굴기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정부나 기업 대책이 전무한데 중국의 AI 인재 양성과 귀국 지원 정책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국.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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