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Fed 장악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트럼프가 해임하려 한 리사 쿡(사진) Fed 이사의 직위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은 15일 트럼프의 리사 쿡 이사 긴급 해임 요구를 2대1로 기각했다. 법원 판단은 16~17일 열리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몇 시간 앞두고 나왔기에 쿡 이사는 FOMC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법정 다툼은 지난달 25일 트럼프가 쿡 이사가 과거 주택담보대출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그에게 해임을 통보하며 시작됐다. 쿡 이사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고, 트럼프가 Fed 이사를 해임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9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해임 명령의 효력을 정지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이번에 다시 쿡 이사의 지위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편 트럼프의 측근인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도 이날 Fed 이사가 됐다. 마이런의 인준안은 상원 본회의에서 찬성 48표, 반대 47표로 통과됐다. 마이런도 16일 FOMC에 참석해 기준금리 결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런은 내년 1월까지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된다. 마이런 이사는 이 기간 동안 CEA 위원장직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로 인해 백악관이 Fed의 의사결정에 깊이 개입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이런의 합류로 트럼프가 임명한 Fed 이사는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부의장에 이어 총 3명으로 늘게 됐다. 다만 쿡 이사 해임이 무산되면서 FOMC에 참석하는 상임 이사 7명 중 과반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는 트럼프의 계획엔 차질이 생기게 됐다. 트럼프는 경기 부양 및 정부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제롬 파월 Fed 의장 등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지난 14일에도 취재진에 “(이번 FOMC에서)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스몰컷(0.25%p 금리 인하)이 이뤄질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 듀크대가 Fed 이사와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지낸 인사 등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4명이 “백악관의 압력으로 Fed가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할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