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재 속 이스라엘, 사실상 일방적 요구 전달한듯
"시리아 영토내 완충지대에다 이란 폭격용 항공로까지"
트럼프 등에 업고…이스라엘, 시리아에 새 안보협정 제안
미국 중재 속 이스라엘, 사실상 일방적 요구 전달한듯
"시리아 영토내 완충지대에다 이란 폭격용 항공로까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새 안보협정을 제안해 미국의 중재 속에 협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토 내 완충지대 구축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시리아에 제시했다.
합의안에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부터 이스라엘 국경까지 시리아 서남부에 비무장지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무장지대는 3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단계적으로 시리아군의 무장 수위가 차별화된다.
이스라엘 국경 근처에는 시리아군 병력과 중무기가 금지되고 경찰과 치안을 위한 인력만 허용된다.
비무장지대 전체에는 시리아의 항공기가 드나들 수 없는 비행금지구역까지 설정된다.
이스라엘은 자국 항공기가 시리아를 통해 이란으로 직행할 수 있는 공중 통로를 확보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역내 최대의 적성국인 이란을 필요할 때 신속하게 폭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이 같은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최근 몇 달간 점령한 시리아 영토에서 점진적으로 철군하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다마스쿠스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몬산에 있는 군기지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악시오스는 합의안에 이스라엘의 요구가 최대한으로 담겼다며 이스라엘이 자국 내 접경지에서 이행할 의무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스라엘과 안보에 대한 '상호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논의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이스라엘의 새 안보 협정안 제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내 평화구상 속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1기에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일부 아랍국과 이스라엘의 수교)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관계 정상화에 필수적인 부분이 새로운 안보협정이다.
이스라엘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끝난 뒤 1974년 시리아와 철군·정전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협정은 작년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친이란 정권이 반군에 무너지면서 실효성을 다했다.
이스라엘은 정권교체 혼란기를 노려 시리아 영토 내 친이란 군사자산을 폭격하고 시리아 골란고원에서 점령지를 확대했다.
자국 안보 증강을 위한 이스라엘의 노력은 올해 7월 다마스쿠스에 공습을 가하고 8월에는 공수부대를 투입하는 수준까지 치달았다.
AFP 통신은 미국이 요르단과 함께 이스라엘 개입의 명분이 된 시리아 남부의 내분과 불안정을 완화할 로드맵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남부에 있는 드루즈족에 대한 시리아 정부의 탄압을 저지한다며 군사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드루즈족은 이스라엘 내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정권을 지지하는 공동체로 존재하고 있다.
미국과 요르단이 지지하는 로드맵에도 비무장지대 설정이 골자인 만큼 이스라엘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새 정권에 친화적 입장을 취하며 이스라엘과 화해를 중재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시리아가 몇주 전에 제시된 이스라엘의 합의안에 아직 답변하지 않고 역제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협상은 그런 상황에서 계속 추진되고 있다.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담당 장관, 아사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무장관, 톰 배럭 미국 특사는 17일 영국 런던에서 합의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악시오스는 이들 3국의 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이며 진전이 있기는 하지만 합의가 임박한 것 같지는 않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장재은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