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임재범 "40년 음악하며 날카로웠던 성격도 많이 깎였다"

중앙일보

2025.09.16 23:4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데뷔 40주년을 맞아 신곡을 내는 임재범. 사진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어렸을 땐 겁도 없이 ‘내가 다 해내리라’ 착각하며 건방지게 노래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음악을 해보니, 소리를 내는 것조차 두렵고 무섭다. 가면 갈수록 어렵다. 함부로 (곡을) 내기가 겁난다.”

가수 임재범(63, 학교는 1966년생과 다녔다고 한다)은 음악이 점점 어렵다고 했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발매하는 정규 8집 선공개곡 ‘인사’ 쇼케이스를 열면서다.

‘인사’는 2022년 공개한 정규 7집 ‘세븐 콤마’(SEVEN,) 이후 발매하는 3년만의 신곡이다. 40년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와 앞으로의 다짐을 담은 팝 가스펠 스타일의 곡이다. 임재범은 ‘그 곳엔 나 혼자 있게 두지 않고’, ‘그대의 진짜 사랑에’라는 구절에 크게 울컥했다고 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나 혼자 외롭게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 않다. 오랜만에 공연을 열면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기 위해 모인다. 그런 팬들을 위한 감사를 담았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엄마 떠나고 외로웠을 딸 생각도 많이 나서 울컥했다. 딸에게 나는 분리수거 잘하는 아빠”라고 덧붙였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신곡을 내는 임재범과 쇼케이스 진행을 맡은 김이나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부드러운 노래를 꺼낸 임재범은 “내 성격도 깎였다. 혹자는 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는데, 그렇다기보다 그냥 나이가 들어서 날카로움이 빠졌다. 이전엔 마음에 들지않으면 바로 치고 받았다. 외로워서 그랬던 것 같다. 나이들면서 사람들 생각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이 됐다. 이전에 그러지 못했던 내가 원망스럽다.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동료들에 미안하기도 하다”고 지난 날을 돌아봤다.

임재범은 늘 예측 불가능한 궤적을 걸어왔다. 1986년 한국 최초의 헤비메탈 앨범인 시나위 1집 ‘헤비 메탈 시나위’(Heavy Metal Sinawe)의 보컬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는 거칠고 폭발적인 록 보컬리스트였다. 이내 1991년 솔로 1집 ‘온 더 터닝 어웨이’(On The Turning Away)에서 ‘이 밤이 지나면’을 부르는 순간, 그는 대중의 가슴을 흔드는 감미로운 보컬리스트로 새롭게 각인됐다. 록과 발라드를 넘나들며 ‘크게 라디오를 켜고’, ‘너를 위해’, ‘고해’, ‘비상’ 같은 곡을 남긴 그는 언제나 장르를 초월한 목소리의 힘으로 존재를 증명해왔다.

쏟아지는 방송국 러브콜은 마다했다. 한때 방송을 기피하고 홀로 은둔하며 ‘가수는 노래만 하면 된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 때문에 때때로 ‘은둔형 가수’로 불렸다. 지난 30주년 기념 음반을 냈을 때도 방송에서 임재범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그는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도 무대에 오르면 압도적인 힘으로 모든 공백을 지워냈다. 2011년 MBC ‘나는 가수다’ 때엔 ‘여러분’, ‘빈잔’ 등의 전설적인 무대를 남겼다. 쇼케이스에서 임재범은 “활동을 자주 하지도 않았고 자주 앨범을 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응원해준 팬과 나를 인정해준 후배들 덕분에 계속 노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40주년을 맞은 임재범 티저. 사진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최근의 임재범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JTBC ‘싱어게인3’(2023~2024) 심사위원으로 등장해 무뚝뚝하고 거친 이미지와 달리 따뜻한 아버지와 같은 심사평으로 화제를 모은 것. 참가자의 나이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장점과 가능성에 주목하며 공감했고, “참 잘했어요”라는 담백한 칭찬을 건넸다. 올해 방영 예정인 ‘싱어게인4’ 심사위원으로도 함께한다. 임재범은 “8집 준비와 콘서트, 심사위원까지 모두 열심히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전국투어 콘서트 ‘나는 임재범이다’에서는 임재범의 40년 음악인생을 총망라한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임재범은 “40년에 대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펼쳐가려 한다. 시나위 때부터 지금 8집까지 노래했던 곡 중에 내가 들려드리고 싶은 곡을 선정해서 꾸민다. 8집에 담길 ‘항해’라는 노래가 미완성곡인데 이걸 테마로 해서 오프닝을 할 생각이다. ‘비상’, ‘너를 위해’, ‘위로’, ‘여행자’, ‘고해’ 등도 부른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공연에서 선보일 또 다른 8집 선공개 곡 ‘니가 오는 시간’은 미완성인 관계로 트레일러로 살짝 공개했다. 노을을 테마로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그리움을 담았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신곡을 내는 임재범. 사진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임재범은 곡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오래 전부터 기획을 했는데, 여러가지로 점검할 것들이 있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 옛날엔 ‘녹음실의 왕’처럼 지나친 자신감으로 오버해서 노래하고 스스로 만족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주변에 자문을 구하고 하나씩 짚고 나간다. 그래서 만족하기가 점점 어렵다. 언제 8집이 나온다고 확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도 섣불리 장담하지 않았다. “40주년을 맞아 해야 할 숙제가 많다”며 팬들에게는 “내가 가진 것이 노래 뿐이라 이렇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내가 가진 소리들이 이전과 달라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노래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고 더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황지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