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여권에서 제기된 이른바 ‘한덕수 회동’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조 대법원장은 17일 오후 ‘최근 정치권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법원장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형사 사건과 관련해 한덕수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이날 기자단에 “최근 정치권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해 대법원장이 오후 6시 퇴근길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다”고 공지했다.
조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사퇴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본인의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입장문 발표 후 오후 6시 3분쯤 퇴근했다. 그는 “민주당에서는 한 전 총리 등과 만났다는 녹취 증거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입장이 있느냐”, “정치권에서 사퇴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양손을 모은 채 “수고하십니다”라고 말한 뒤 차에 올랐다.
앞서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사흘 뒤인 지난 4월 7일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와 오찬을 함께하며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 교육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의혹을 언급하면서 “내란 특검은 이 충격적인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의혹 제기가 만약 사실이라면, 국민 여러분,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의혹을 전면 부인한 이후엔 박수현 수석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가와 법원의 존망이 달린 일에는 침묵하던 대법원장이 개인의 일에는 이렇게 쉽게 입을 여는 것인가”라며 “비상계엄 때도, 서부지검 폭동 때도 무겁게만 닫혀있던 조 대법원장의 입이 오늘은 이렇게 가볍게 열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분출하는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 같은 극히 일부의 잘못된 판사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의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며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조금의 애정이라도 남아있다면 거취를 분명히 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하여 진실을 밝히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회동과 관련해 한 전 총리 측도 이날 “한 전 총리는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이 일체 없다”며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