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12년 만에 만났다. 2013년 2월 25일 박 전 대통령 취임식에 직전 대통령 자격으로 이 전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 처음으로 17일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기념식에서 손을 맞잡으면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 마련된 행사장에 먼저 도착해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을 보자마자 성큼 다가가 “아, 오랜만이에요. 여전하시고? 건강하시고요?”라며 손을 내밀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이 전 대통령을 보고 활짝 웃으며 손을 건넸다. 두 전직 대통령의 12년 만의 만남과 악수의 순간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런 뒤 “오늘(17일) 참석자 중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가장 멀리서 오셨다”고 말을 꺼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구시 달성군 사저에서 차를 타고 출발해 4시간 만에 행사장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랜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돼 반갑다”고 화답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도 활짝 웃으며 이들을 반겼다.
두 전직 대통령의 이날 만남이 주목받은 건 단지 긴 세월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들이 한창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2000년대 후반에 보수 진영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로 양분됐을 정도로 한국 정치사에 남을 라이벌이었기 때문이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들이 맞붙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보수 정당뿐 아니라 한국 정당 경선을 통틀어 가장 치열했던 혈투로 손꼽힌다. 당시 초박빙 경선의 승자는 이 전 대통령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곧바로 경선 패배를 인정하는 승복 연설을 하던 모습은 ‘아름다운 패자’의 전형으로 기억된다.
물론 이들의 경쟁이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당선 뒤인 2008년에는 한나라당 친박계 공천 배제 논란이, 2012년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반대로 친이계 공천 배제 논란이 불거지며 계파 갈등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을 연거푸 연출했다.
특히 2010년 이 전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본회의장에서 반대 토론을 했을 때는 양측의 악감정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정치권에선 “진짜 야당은 민주당이 아닌 친박계”라는 얘기가 나왔다.
각각 17·18대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정치 인생을 꽃피운 두 사람이지만 둘 다 영어의 몸이 되는 아픔을 경험하며 동병상련을 겪기도 했다.
그런 세월을 보내온 만큼 이날 행사장에서 두 사람은 지난날의 앙금을 쓸어내듯 화기애애하게 덕담을 나눴다. 홍석현 회장의 양옆에 앉아 자리를 지킨 두 사람은 행사 뒤에도 서로를 챙겼다. 이 전 대통령은 “우리 박근혜 대통령님”이라며 “조심히 가세요”라며 거듭 손을 건넸고,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손을 굳게 맞잡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 참석자들도 두 전직 대통령과 밝게 인사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사하자 이 전 대통령은 “수고 많이 하라”며 덕담했고, 박 전 대통령은 “한국인들이 다, 모두가 파란만장했죠”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반갑게 악수하며 “용태(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랑 재섭(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는 밥 사주셨는데…”라고 하자 웃으며 “파이팅 하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홍석현 회장에게 행사 홍보 영상에 나온 ‘더(The) 중앙 60년’이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앞으로도 ‘더 간다’라는 느낌이고, MZ세대도 고려한 좋은 표현”이라고 덕담한 뒤 “60주년을 축하드린다”고 했다. 바로 왼쪽에 앉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는 중앙일보 60주년을 언급하며 “요즈음 사람이라면 환갑잔치를 안 하죠? 한창 일할 나이여서요”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