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 60대 남성이 인천시 송도에서 사제 산탄총으로 친아들을 살해한 사건, 많은 분을 경악하게 했었죠. 특히 피해자인 아들이 산탄총 한 발을 이미 맞은 뒤 벽에 기댄 채 ‘살려달라’고 애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인 피의자가 아들의 몸통을 향해 한 발 더 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공분을 샀습니다.
이날은 피해자인 아들이 직접 자신의 아파트에 아버지를 초대해 생일상을 대접한 날이었습니다. 피의자 A는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자신이 미리 제작한 총을 장전한 채 다시 아들 아파트를 향했고, 문을 열어준 아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아버지는 도대체 왜 아들에게 총구를 겨눴을까요?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는 아들과 전처로부터 매달 640만원씩 생활비를 지급받다, 중복 지급받은 사실이 발각되고 한쪽 지원이 끊기자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적혀 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가 ‘전처가 계속 경제적 지원을 할 것처럼 자신을 속인 뒤 갑자기 지원을 끊은 것은 나를 망치는 것’이라는 망상적 사고가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러나 범죄 심리 전문가 생각은 다릅니다.
우리나라 1세대 프로파일러인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피의자가 진짜 범행 동기를 말하고 싶지 않아 숨기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경찰이 ‘망상 살인’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선 “정신건강의학적 분석 없이 단정짓기엔 연결고리가 약하다”고 하는데요.
중앙일보 팟캐스트 〈뉴스 페어링〉에선 오 교수와 함께, 지난여름 모두를 경악하게 한 피의자 A의 숨겨진 범죄 심리를 들여다봤습니다.
Q : 사제 총기로 자신의 생일상을 차려준 아들을 살해한 사건, 최근에 공소장도 공개됐는데. 어떻게 봤나.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매우 엽기적’이라는 반응이 많았고, 사실관계를 두고 논란도 많았다. 내 눈에 띄었던 부분은 ‘가족 구성원의 관계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피의자인 60대 남성은 아내 명의로 돼 있는 큰 아파트에 혼자 거주했고, 아들은 어머니가 관리하는 기업 자회사의 대표였다. 언뜻 보면 경제적인 여건이 괜찮은 집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사건 당일은 아들과 며느리가 피의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생일상을 차려놓은 현장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 동기로 ‘망상 살인’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개인적으로 그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경찰은 해당 사건 검찰송치 전 언론 브리핑에서 “피의자의 누적된 착각과 망상이 범행 동기”라고 말했다). 망상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의 문제다. 피해망상, 과대망상, 관계망상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경찰에서 수사받는 며칠 동안 (전문가 진단 없이) 정신질환을 단정지을 수 있는 근거가 있을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망상에 의한 살인으로 사건을 설명하기엔 연결고리가 약하다. 그런데 경찰이 그렇게 발표했고, 언론은 그대로 받아쓰면서 ‘망상 살인’으로 굳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