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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지정! K-미식벨트의 핵심으로

중앙일보

2025.09.17 17:30 2025.09.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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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래와 전통을 잇는 길, 사찰음식에 주목하다
오랜 지혜가 담긴 사찰음식은 대표적 건강식품이다. 사진은 충남 아산 인취사의 연꽃밭. 사진 하지권
지난 5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지혜가 담긴 사찰음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음식이 문화재가 된 것을 넘어, 자연과의 공존, 생명 존중의 철학, 그리고 건강한 식문화라는 우리 고유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소중한 기회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제철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며, 오신채(五辛菜, 파·마늘·달래·부추·흥거)를 사용하지 않아,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조리법은,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속가능성과 웰니스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또 자극적인 맛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소울 푸드(Soul food)’ 이자, 가장 한국적인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최고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사찰음식은 우리의 오랜 역사와 문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음식이다. 중앙포토

K-미식벨트의 비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K-미식벨트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의 특색 있는 식재료와 식품명인, 향토 음식 등 국내 미식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한 미식 관광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K-푸드 생태계 확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2024년 장벨트를 구축하였고, 2025년 김치벨트, 전통주벨트, 인삼벨트를 조성하고 있다.

참선, 발우공양, 선무도, 선요가 등 다양한 전통불교 문화는 미래과 과거를 연결하는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2023년 수립한 “K-미식벨트 조성 전략”을 통해 2032년까지 발효문화, 전통한식, 제철밥상, 유행한식의 4가지 상위테마를 활용한 30개 벨트를 조성할 예정이다. 사찰음식을 주제로 K-미식벨트가 조성된다면, 사찰과 지역 농가를 직접 연결하여 지역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방문객들은 가장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맛볼 수 있다. 또한 발우공양 체험, 사찰음식 요리 교실, 스님과의 차담, 템플스테이 등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고품격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개발될 것이다.

아울러 사찰을 중심으로 인근의 고택, 전통시장, 자연 명소 등을 함께 연계하면, 관광객들이 하루, 이틀 지역에 머물며 지역 전체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발전하고,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단기적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
이러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2026년 K-미식벨트의 사업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사찰음식을 주제로 하는 K-미식벨트(일명, K-미식 사찰음식 벨트)는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의 투자이다. 이는 문화유산 보전,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산업 발전, K-푸드 세계화 및 한식의 글로벌 미식 브랜드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일석사조의 정책이다.

프랑스는 와이너리를 연결한 ‘와인 루트’로, 이탈리아는 각 지역의 특산물을 엮은 ‘슬로 푸드’ 운동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을 끌어들이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의 사찰 음식을 주제로 한 K-미식벨트도 이를 뛰어넘는, 한국만의 정신문화까지 체험하는 독창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지난달 7일에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불교문화 축제인 ‘2025 부산국제불교박람회’. 불교신도는 물론 불교문화에 관심이 있는 관람객들이 몰려 북적였다. 송봉근 기자
사찰음식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날개를 단 지금이야말로, 사찰음식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여 K-미식벨트 조성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고,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골든 타임’ 이라 할 수 있다. 사찰음식과 함께하는 K-미식벨트는 전통과 미래를 잇는 다리이자, 지역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소중한 기회이다. 우리의 사찰음식이 세계인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이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 [email protected]


이규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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