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지혜가 담긴 사찰음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음식이 문화재가 된 것을 넘어, 자연과의 공존, 생명 존중의 철학, 그리고 건강한 식문화라는 우리 고유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소중한 기회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제철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며, 오신채(五辛菜, 파·마늘·달래·부추·흥거)를 사용하지 않아,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조리법은,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속가능성과 웰니스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또 자극적인 맛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소울 푸드(Soul food)’ 이자, 가장 한국적인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최고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K-미식벨트의 비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K-미식벨트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의 특색 있는 식재료와 식품명인, 향토 음식 등 국내 미식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한 미식 관광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K-푸드 생태계 확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2024년 장벨트를 구축하였고, 2025년 김치벨트, 전통주벨트, 인삼벨트를 조성하고 있다.
2023년 수립한 “K-미식벨트 조성 전략”을 통해 2032년까지 발효문화, 전통한식, 제철밥상, 유행한식의 4가지 상위테마를 활용한 30개 벨트를 조성할 예정이다. 사찰음식을 주제로 K-미식벨트가 조성된다면, 사찰과 지역 농가를 직접 연결하여 지역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방문객들은 가장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맛볼 수 있다. 또한 발우공양 체험, 사찰음식 요리 교실, 스님과의 차담, 템플스테이 등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고품격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개발될 것이다.
아울러 사찰을 중심으로 인근의 고택, 전통시장, 자연 명소 등을 함께 연계하면, 관광객들이 하루, 이틀 지역에 머물며 지역 전체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발전하고,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단기적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 이러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2026년 K-미식벨트의 사업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사찰음식을 주제로 하는 K-미식벨트(일명, K-미식 사찰음식 벨트)는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의 투자이다. 이는 문화유산 보전,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산업 발전, K-푸드 세계화 및 한식의 글로벌 미식 브랜드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일석사조의 정책이다.
프랑스는 와이너리를 연결한 ‘와인 루트’로, 이탈리아는 각 지역의 특산물을 엮은 ‘슬로 푸드’ 운동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을 끌어들이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의 사찰 음식을 주제로 한 K-미식벨트도 이를 뛰어넘는, 한국만의 정신문화까지 체험하는 독창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사찰음식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날개를 단 지금이야말로, 사찰음식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여 K-미식벨트 조성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고,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골든 타임’ 이라 할 수 있다. 사찰음식과 함께하는 K-미식벨트는 전통과 미래를 잇는 다리이자, 지역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소중한 기회이다. 우리의 사찰음식이 세계인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