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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국립대·어린이병원 재정지원' 거부권에 대규모 시위

연합뉴스

2025.09.1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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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에서 '대통령 거부권' 뒤집어…상원에서 최종 투표 남아
아르헨, '국립대·어린이병원 재정지원' 거부권에 대규모 시위
하원에서 '대통령 거부권' 뒤집어…상원에서 최종 투표 남아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국회 앞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17일(현지시간) 개최됐다.
일반 시민을 포함해, 대학생, 교수, 은퇴 연금 수령자, 의사, 전공의 및 노조까지 포함한 대규모 시위대는 이른 아침부터 지정된 장소에 모여 국회 앞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최대 규모의 가라한(Garrahan) 어린이병원 및 국립대학 재정지원에 대한 법안에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 하비에르 밀레이 정권에 반대해 거리로 나섰다.
동시간 국회 하원에서는 이 두 건의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었고, 야당은 의결정족수 2/3를 넘겨 대통령 거부권을 뒤집었다.
아직 상원의 표결이 최종적으로 남아있으나, 시위대는 하원 투표 결과에 환호하면서 해산하지 않은 채 밀레이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 시위자는 "나는 망해가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다. 내 평생 국립교육과 어린이병원 재정 지원을 위해 시위에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당연한 권리를 위해 거리로 나와야 한다니 슬프고, 밀레이 정부의 중소기업 말살 정책에 화가 나서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자는 "나는 우리 집안에서 배출된 첫 대학 졸업생이다. 국립대학의 무료교육이 없었다면, 의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면서 "국립대학은 서민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를 제공한다"며 '밀레이 거부권 반대' 팻말을 흔들었다.
지난 6월 아르헨티나 최대 어린이 병원인 가라한 전공의들은 월급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연간 60만건의 외래진료와 1만회 이상의 수술을 실시하는 가라한 어린이 병원은 소아 암센터를 운영하며 희귀 질환 및 중증 환자 수술을 도맡아 하는 중요한 병원이다.
하지만, 지난 2023년 12월 밀레이 대통령 취임 후 정부가 '재정적자 제로'를 내세워 예산 절감에 나서면서 현재 전공의 1년 차 월급은 주 60∼70시간 근무에 세후 80만 페소로 현재 환율로 우리 돈 75만원 수준이다.
전공의들은 월급 인상과 더 나은 진료 환경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으나, 당시 정부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해고 처리한다고 강력하게 나오자, 결국 이들은 병원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병원 재정문제로 입원한 환자가 난방이 안 되는 병실에서 스스로 담요를 챙겨 가야 하고 일부 의약품을 자비로 사야하는 등 병원의 열악한 상황이 알려지자, 가라한 병원 재정지원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날 하원 투표를 앞두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국립대학 재정지원 법안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었고, 오늘 하원에서 뒤집어졌다.
아직 상원 투표가 남아있지만, 현지 언론은 수만 명이 거리에 나서서 밀레이 정부에 대한 교육 및 보건 정책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표한 만큼 10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거부권에 찬성하기는 쉽지 않아 결과적으로 무효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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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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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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