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정광용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은 18일 "정권과 관계없이 아프리카 외교는 전략적 문제, 핵심광물, 국제무대 협력 등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이날 국회아프리카포럼(회장 이헌승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제99차 정기세미나에서 "아프리카와 관련해 초당적인 지원과 지지가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개발에 도움을 주는 것과 동시에 한국 기업의 대륙 진출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아프리카 협력의 현황 및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한 정 국장은 아프리카의 중요성으로 유럽과 중동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 풍부한 청년 노동력, 차세대 소비 시장의 확대, 다량의 핵심 광물 등을 꼽았다.
그는 "아프리카를 '젊은 대륙'이라고 하는데 아프리카의 중위 인구가 19세 정도이고 우리나라는 46세"라며 "2050년 아프리카 인구가 25억명이 되고 전 세계 청년 3명 중 1명이 아프리카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아프리카가 세계 광물의 약 30%를 보유하고 특히 코발트, 망간 등 4차 산업의 핵심 광물이 풍부하다며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증대했다"고 강조했다.
정 국장은 아프리카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지난해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 이상인 20개국 중 11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알제리, 나이지리아, 모로코 등 아프리카 국가라고 역설했다.
특히 아프리카 경제와 관련해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2021년 출범한 점을 언급하며 "오랜 기간이 걸리겠지만 이것이 성공한다면 아프리카의 제조업과 교역량을 크게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fCFTA는 아프리카 역내의 관세를 90% 이상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현재 54개국이 가입했다.
인구 15억명이 넘고 GDP 총합이 3조4천억 달러(약 4천700조원)나 되는 아프리카가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1국 1표 원칙의 국제협력 무대에서도 아프리카는 54개국으로 아시아(48개국), 유럽(44개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국가가 있다. 9월 한 달간 한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만 해도 의제의 약 40%가 아프리카 관련 의제이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이미 아프리카와 정상급 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고 정 국장은 진단했다.
그는 아프리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관련해 "그동안 미국은 주로 역량 강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주목적으로 삼았고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인프라 개발을 했다"면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프리카를 원조가 아닌 교역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잠비아 등을 철도로 연결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 '로비토 회랑'을 추진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정 국장은 "로비토 회랑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관련해 "한국은 1차 산업부터 3차 산업, 최첨단 분야까지 아프리카에서 원하는 수준의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독특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헌승 회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과 국민의힘 김종양·조배숙·배준영·조은희·조승환·한지아 의원,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조배숙 의원은 아프리카와 대한민국 간 민간교류가 중요하다면서 특히 국내 중소기업만 해도 아프리카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국내에 입국할 때 겪고 있는 비자 발급 지연 문제를 풀어달라고 외교부에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