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5회 롯데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에 성공했던 박혜준이 18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우승상금 2억 7000만 원) 1라운드에서 중간합계 3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나섰다.
경기 결과가 재미있다. 전반 나인은 보기도 버디도 없는 파행진을 거듭하다가 후반 나인에서는 15, 16,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오랜 시간 예열을 하다가 막판에 버디를 몰아쳤다.
박혜준은 이런 경기 흐름을 "몸만 푼 전반"이라고 표현했다. 박혜준은 "전반에는 샷이 좋지 않았다. 파온을 3개밖에 못했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래도 말도 안되게 어프로치와 퍼트가 좋아 보기는 피할 수 있었다. 참고 기다리다가 후반에 좋은 기회가 왔고, 버디 3개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 대한 좋은 기억도 숨길 수 없었다.
박혜준은 "우승해던 코스라 그런지 마음이 편했다. 경기가 잘 안풀릴 때도 금방 제대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롯데오픈 때와 똑 같은 코스에서 경기한 것은 아니다. 롯데오픈은 '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였고 이번 하나금융그룹은 '미국-유럽'에서 대회를 하고 있다. 정확히 '미국' 코스가 박혜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있었다. 노보기 플레이가 그 결과다.
박혜준은 "평소 보기가 많이 나오는 타입인데 오늘은 한 번도 안하고 경기를 끝냈다. 롯데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는 코스 세팅이 길었는데, 4, 5번 롱 아이언도 자주 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한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코스가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날 내린 폭우 탓도 있었다. 박혜준은 "드라이버를 치면 런이 거의 없었다. 그런 점이 코스를 더 길게 느끼게 했다"고 했다.
롯데오픈 우승의 기억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는 있었지만 정작 그 이후의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박혜준은 "롯데오픈 우승 이후 여러 대회에서 30등 전후를 왔다갔다 했다. 뭔가 막혀 있는 느낌이었다. 샷 감각이 떨어져 있었고 생각도 많아졌던 것 같다. 우승을 했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번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준비하면서 특이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어제 5시 반에 와서 퍼팅 연습을 하고 같다. 경기 때는 정 그립을 잡고 했지만 연습 때는 역 그립을 잡고 했다.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퍼팅이 잘됐다"고 말했다.
첫 우승 이후 부진했던 흐름은 박혜준으로 하여금 국내 대회에 집중하게도 했다. 롯데오픈 우승으로 오는 10월 하와이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이 대회 출전은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박혜준은 "하와이 대회는 내년에 나가기로 했다. 올해는 한국 투어에 집중해서 대상 포인트를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