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온난화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으며, 폭염·가뭄 같은 기상재해는 앞으로 더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국내 112명의 과학자가 최근 5년 동안 발표된 2000여 편의 논문·보고서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를 18일 공동으로 발간했다. 기후위기 평가 보고서 발간은 이번이 4번째로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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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일수 현재보다 최대 9배 증가”
최근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건 여러 과학적 데이터로도 입증되고 있다. 19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1도씩 올랐다. 1912~2017년까지 0.18도 올랐다는 걸 고려하면 최근 7년간(2018~2024년) 온난화 추세가 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2년 동안은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각각 14.5도(2024년), 13.7도(2023년)로 역대 1, 2위를 기록했다.
온난화로 인한 폭염의 빈도와 강도도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2000∼2019년) 연평균 8.8일인 폭염일수가 온실가스 감축 정도에 따라 가까운 미래(2021~2040)에는 16.8~17.8일로 두 배, 먼 미래(2081~2100)에는 24.2~79.5일로 최대 9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 주저자로 참여한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바다와 대기 모두 지구 평균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폭염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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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같은 ‘폭염형 급성가뭄’ 증가 뚜렷
과학자들은 또한 홍수와 가뭄의 위험이 모두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여름철 집중호우의 강도가 증가하는 등 비의 양상이 점차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폭염형 급성가뭄’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급성가뭄은 고온으로 증·발산하는 물이 증가하면서 급격하게 발생하는 가뭄을 말한다. 최근 강원 강릉에서 나타난 가뭄이 대표적인 급성가뭄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고서는 “온난화에 따라 급성가뭄이 증가하고 있다”며 “동아시아는 유럽과 함께 급성가뭄 증가세가 뚜렷이 나타나는 지역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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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붉은불개미 내륙으로 확산 가능성”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한 수준이다. 외래종 침입이 대표적이다. 최근 항만 등에서 발견되고 있는 붉은불개미는 정착할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내륙으로 점차 확산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 적합성이 높은 지역이 현재 5개 지역(14%)에서 2060년 25개 지역(74%), 2100년 34개 지역(97%)으로 점차 증가하기 때문이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 중 하나인 붉은불개미는 맹독성 해충으로 꼬리의 독침에 찔리면 심한 통증과 가려움을 유발한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개충이 점차 북쪽으로 확산하면서 경제적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농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해충과 잡초의 유입으로 지역에 따라 피해 면적과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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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하려다 고수온 직격탄 “양식장 수온 최대 5도 증가”
바다의 온난화 속도는 한층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 표면 수온은 1968년부터 2023년까지 1.44도 올라 지구 평균 상승 폭(0.7도)을 2배 이상 웃돌았다. 고수온으로 인해 수산업은 최근 14년간(2011~2024년) 3472억 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보고서는 2100년까지 우리나라 주요 양식밀집해역의 수온이 4~5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우럭(조피볼락)은 한계 수온이 28도일 정도로 찬물을 좋아해 양식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고수온에 취약한 조피볼락을 대체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세창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폭염·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기후 취약계층 보호가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