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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복귀설' 알리바바, '엔비디아보다 낫다' AI칩 성능 공개

중앙일보

2025.09.18 00:55 2025.09.1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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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그룹 창시자 마윈. 사진 바이두캡쳐
창업자 마윈의 복귀설이 도는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엔비디아에 맞먹는 인공지능(AI)칩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기술 독립 전략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 알리바바가 중국의 ‘기술 자존심’ 회복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TV(CCTV)는 알리바바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핑터우거(T-head)’가 만든 AI칩이 엔비디아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중국 2위 국영 이동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의 칭하이성 데이터센터를 방문했을 때 유니콤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과정에서 나왔다.



알리바바 AI칩, 엔비디아 H20 수준으로 성능 끌어올려

16일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TV(CCTV)가 공개한 알리바바와 엔비디아의 AI칩 사양 비교. CCTV 캡처
CCTV가 방영한 화면에선 핑터우거가 만든 AI칩 병렬처리장치(PPU)와 엔비디아의 중국향 저사향 AI칩 H20·A800 제품을 비교한 표가 공개됐다. PPU에는 96GB(기가바이트) 고대역폭메모리(HBM)2e가 탑재돼 A800(80GB HBM2e) 성능을 넘어섰다. H20은 한 세대 앞선 HBM3를 사용하지만, 메모리 용량은 96GB로 PPU와 동일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칩 간 상호 연결 대역폭’은 PPU가 700GB/s로 A800(400GB/s)을 크게 넘어섰고, H20(900GB/s)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전력 소비는 PPU가 400W로 A800과 동일했고, H20(550W)보다 낮았다. 정확한 연산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H20과 유사한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알리바바는 이미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라고도 전했다. CCTV는 차이나유니콤이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알리바바의 PPU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마윈 복귀설 솔솔…中 정부, RTX 6000D도 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7일 영국 런던 방문 중 미디어 Q&A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의 AI칩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2019년 회장직에서 사퇴했던 마윈이 최근 다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황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마윈이 회사의 AI 산업 전반에 관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2월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3800억 위안(약 7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알리바바의 이번 칩 공개는 중국 정부의 기술 독립 정책과 발맞춘 전략적 행보로도 풀이된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현지시간)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등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AI칩인 ‘RTX 6000D’의 테스트와 주문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H20 중국 수출 제한 조치’에 따라 지난 7월 HBM 대신 일반 GDDR 메모리를 사용한 새로운 중국향 AI칩 RTX 6000D를 내놓았다. 하지만 중국이 H20에 이어 RTX 6000D 판매까지 제지하고 나서면서 사업에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조치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TX 6000D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그래픽용 D램 'GDDR7'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에 약 150만개의 RTX 6000D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했고, 모건스탠리는 7월에 엔비디아가 200만개의 RTX 6000D를 준비 중이라고 관측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 나라가 원할 때만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중국 시장에 큰 기여를 해왔기에 실망스럽지만, 미·중 간 더 큰 의제가 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우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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