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서 민간인 살해 후 반군으로 조작…20년만에 '죗값'
특별평화재판소, 전역장병 12명에 노역형…"관련범죄로 軍인사 판결 첫 사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반세기 넘는 유혈 내전의 역사를 가진 콜롬비아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뒤 반군을 사살했다고 조작해 보고한 당시 장병들이 20여년 만에 노역으로 죗값을 일부 치르게 됐다.
콜롬비아 특별평화재판소(JEP·Jurisdiccion Especial para la Paz)는 20여년 전 반군과의 전투 과정에서 원주민을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 135명을 납치·살해하고, 이를 '반군 사살' 사례로 꾸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군 장교와 사병 12명에 대해 최대 8년의 노역형을 선고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JEP는 관련 보도자료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2002년 1월부터 2005년 7월까지 북부 카리브해 연안에서 활동한 '라 포파' 소속 군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당시 135명의 '가짜 반군 사망자' 조작 사건을 저질렀는데, 피해자 중에는 위와 족과 칸쿠아모 족 원주민 공동체 구성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고 재판은 콜롬비아 최대 규모 반군으로 불리던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정부군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살피는 JEP에서 군 인사를 상대로 내린 첫 판결이라고 현지 일간 엘티엠포는 전했다.
FARC는 2016년 콜롬비아 정부와의 평화협정을 맺기 전까지 50년 안팎 콜롬비아를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무장 조직이다.
당시 콜롬비아에서는 최소 40만 명이 숨졌고, 8만 명이 실종됐다.
콜롬비아 당국에 따르면 2002∼2008년 전국적으로 이른바 '가짜 전사자' 살해 사건으로 최소 6천4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 피해자 단체들은 사망자 수치가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군인들은 진급이나 휴가·외박 등을 위해 일반 시민을 살해하고서 이를 전투 중 반군을 사살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사례가 잦았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는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JEP는 노역 장소로 위아 족과 칸쿠아모 족 원주민 공동체를 위한 사업지를 포함해 총 6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아나 마누엘라 오초아 JEP 판사는 또 방대한 양의 판결문을 위아 족 원주민 공동체에서 주로 사용하는 아르우아카(arhuaca) 가방에 집어 넣는 상징적인 행위도 했다.
피고인들은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형사법원에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JEP는 FARC 관련자 7명에 대해서도 민간인 살해 등에 가담한 것에 대한 죄를 물어 지뢰 제거 작업이나 실종자 수색 등에 최대 8년 간 참여할 것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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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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