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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불안에 떠는 아버지… 결국 자신과 마주하고 가족과 화해”

Atlanta

2025.09.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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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한인여성 영화감독 크리스탈 진 김씨, 독립영화제서 단편 영화 선보여
단편영화 '스레드비트 대드'와 크리스탈 진 김 감독.

단편영화 '스레드비트 대드'와 크리스탈 진 김 감독.

애틀랜타의 한인 영화감독이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제로 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함께 열리는 아시아 독립영화인들의 네트워크인 ‘플랫폼 부산’에 초대받았다.
 
주인공은 크리스탈 진 김(33) 씨. 지난 6일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개봉한 단편영화 ‘스레드비트 대드'(Threadbeat Dad)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고 밝혔다. 그는 애틀랜타 영화제,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제(CAAMFest), 할리우드 단편 영화제(Hollyshorts) 등에 작품을 출품해 왔다.
 
‘스레드비트 대드’는 한국계 미국인인 ‘켄’이 호스피스 관리인으로 일하며 가족과 소원해진 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 이야기다. 그는 잠결에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매일 밤 정장을 차려입고 잠에 든다. 김 감독은 “2016년 뇌졸중을 앓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생각하며 처음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2023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고민 끝에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고 했다. 켄은 죽음 앞에서 자기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물이다. 수치심, 슬픔, 상실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던 그는 뜻밖의 꿈을 통해 자신을 진정으로 마주하는 데 성공하고 가족과 화해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김 감독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고군분투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단편영화 ‘진주'(2015)는 한인 2세인 진주가 학교에서 이름으로 놀림을 당하고 집에 돌아와 엄마 유리와 다투는 이야기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민 1세대 못지 않게 2세대도 미국적인 환경에 적응하고 또 자신의 한국적인 면을 조화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며 “한인 이민자의 경험을 세대별로 묘사하면서 왜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서로 상처를 주게 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부터 자개 작품도 만들고 있다. 2019년 결혼하면서 어머니에게서 건네받은 자개상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많은 한인 가정과 비슷하게 우리집 역시 어렸을 때부터 작은 인조 자개 테이블을 갖고 있었고, 어린아이 몸집에 딱 맞는 그 탁상에서 매일 타코를 먹고 숙제를 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진주빛 자개 조각을 모아서 눌러 붙이는 작업에 하루를 꼬박 매달리면 명상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고. 그는 올해 제주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나전칠기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그는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깊은 유대감이 제 작품 전반에 뿌리내려 있다”며 “‘한국적’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경험이 오히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관객의 보편적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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