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청년 보수단체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을 계기로 더욱 두드러진 보수ㆍ진보 진영 간 갈등과 관련해 18일(현지시간) 사회 전반의 증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킹엄셔의 총리 별장 체커스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 화합이 대통령 역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커크 암살을 계기로 미국 사회 진영 갈등이 깊어지고 정치 지도자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논란 속에 나온 질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 전반의 증오를 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아마 항상 있었는데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오바마 전 대통령 때부터 그것이 시작되는 것을 봤다”며 “엄청난 증오였고 전에 없던 수준이었다. 조 바이든(전 대통령) 때는 상황이 훨씬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신의 집권이 미국 사회 분열을 막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 임기 동안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거뒀다”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성공이 사람들을 화합시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는 후퇴하고 있다고 미 주류 언론은 비판한다. 미 ABC 방송이 커크 암살 사건 관련 발언으로 간판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 진행자 지미 키멀의 방송을 무기한 중단하자 이런 목소리는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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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트럼프 행정부, 비판 억눌러”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 중 한 명을 겨냥한 검열 캠페인에 ABC가 굴복했다는 비난과 항의를 촉발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키멀 방송 중단 결정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심야 토크쇼 진행자에 대한 방송 면허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 옹호를 주장해 왔지만 찰리 커크 암살 사건 이후 그들의 약속과 행동은 비판을 억누르려는 노력으로 대체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방송사가 저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들이 하는 게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뿐이라면 면허를 박탈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멀 방송 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키멀은 재능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시청률이 매우 낮았고 그들(ABC)은 오래 전에 그를 해고했어야 했다”며 “그걸 표현의 자유라고 부르든 말든 그는 재능 부족으로 해고된 것”이라고 했다.
앞서 키멀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마가(MAGAㆍ‘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대통령 정치 슬로건과 지지층을 아우르는 표현) 세력이 찰리 커크를 살해한 청년을 자신들과 무관한 존재로 규정하려고 애쓰고 그것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모 발언을 두고는 “네 살 아이가 금붕어를 잃고 애도하는 방식 같다”고 했다.
키멀의 이 발언을 문제 삼아 브렌던 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지역 방송사들에 방송 중단을 요구한 직후 ABC는 ‘지미 키멀 라이브’ 방송 무기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미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추진하는 커크 추모 결의안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기도 하다. 해당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복수의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정치적 위협이나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결의안을 두고) 당이 분열하면 결의안에 반대한 사람들은 타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의원들이 현재 신경이 곤두선 상태”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