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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초 '여성 총리' 도전…‘아베 지원사격' 받았던 다카이치 출사표

중앙일보

2025.09.19 02:50 2025.09.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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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강경 일색이던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 참배에 대해 다소 완화한 입장을 밝혔다. 자민당 내에서도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해 한국에서 ‘극우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19일 일본 도쿄 중의원(하원)회관 1층 다목적홀에서 가진 출마기자회견에서 총리가 된 이후에도 참배를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단계”라는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19일 일본 국회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회견을 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그는 총리가 된 상황을 가정해 명확히 참배 여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의미는 강조했다. “일본 전몰자(戰歿者) 중심의 위령 시설”로 평화를 기원하는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국책(國策)으로 순직한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자세는 확실해 생각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소중한 존재로 감사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는 말도 보탰다. 총리가 된 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주변국과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지난해 총재 선거 당시 참배 의사를 명확히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약 1시간 40분에 걸친 회견에서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언급하는 것으로 정책 소개를 시작했다. 아베 총리가 과거 한 강연에서 밝힌 자유와 법의 지배, 시장경제 질서의 중요성을 꺼내들며 “일본을 강하고 풍요롭게”하겠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날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아베 전 총리 이야기를 언급한 것은 총 세번으로, 이 가운데 마지막 언급은 역사 인식에 대한 질문이었다. 한국에서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아베 전 총리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그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베 담화를 꺼내들었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는 전후 50주년을 맞아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담은 담화를 내놓은 바 있다.
무라야마 담화 언급에 그는 “먼저 전후 70주년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전후 70주년을 맞아 아베 당시 총리가 내놓은 담화를 지칭한 것으로 그는 자신이 각료로 담화문을 작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재검토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후손들에게 사죄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하지 않겠다’는 아베 전 총리의 뜻을 잇겠다는 취지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19일 일본 국회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회견을 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미국이 일본에 GPD(국내총생산)의 3.5% 수준으로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에 대해선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GDP 대비 몇 퍼센트(%)라는 적정 숫자를 밝히진 않았지만 상당부분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내비쳤다. 전자파 공격에 대한 대비, 드론 기술 확보, 자위대 처우 개선과 스탠드 오프 미사일, 우주방위 연구개발(R&D) 등을 거론하며 “3.5% 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소중한 이웃’이란 표현을 사용한 데 반해 한국에 대해선 한·미·일 협력을 언급하는데 그쳤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4) 농림수산상을 의식한 발언도 이어졌다. 일년 사이 쌀값이 두배로 폭등하면서 이시바 정권은 구원투수 역할로 고이즈미를 농림수산상으로 기용했다. 고이즈미는 농림수산상이 되자마자 비축미를 방출하며 쌀값 안정을 노렸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쌀을 무제한으로 방출하는 것은 안전보장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참정당 약진을 의식한 듯, 보수적인 외국인 정책도 내놨다. 외국인 문제를 담당하는 ‘사령탑’을 설치해 불법체류자나 토지 취득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야당과의 연계 의지도 내비쳤다. 국민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감세를 일부 받아들이는 공약을 내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자민당이 지난해 중의원 선거와 지난 7월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지나친 보수 성향으로 야당으로부터 정권 운영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는 “자공연립(자민당+공명당)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서도 기본 정책이 일치하는 야당과 손을 잡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현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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