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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보다 '20년은 거뜬한 가전' 만든다, 밀레의 승부수

중앙일보

2025.09.19 13:00 2025.09.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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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크닐 마케팅 및 세일즈 총괄 사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5' 밀레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밀레 제공
" “우리의 전략은 가성비 브랜드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의 가치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

유럽 가전의 전통 강자로 꼽히는 밀레(독일)의 악셀 크닐 마케팅·세일즈 총괄 사장이 19일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그는 이달 초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 참석을 계기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가성비와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된 가전 시장에서 밀레가 지향하는 프리미엄의 본질과 생존 전략을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한 건 ‘지속가능성’ 즉, 제품의 품질이었다. 크닐 사장은 “나사 하나에도 ‘밀레’가 적혀있다는 말이 있다. 실제 핵심 부품의 상당 부분을 직접 생산한다”며 “제조란 단순히 부품을 조립하는 게 아니라 ‘최대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제품 수요 둔화와 급격한 원가 상승 등 가전 시장의 어려움을 밀레 역시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닐 사장은 “인플레이션과 소비자 행동의 변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업계가 직면한 도전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까지 약 5억 유로(8200억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밀레 퍼포먼스 프로그램(MMP)’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고 자재 활용을 최적화하며 디지털·AI에 과감히 투자해 제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식이다. 그는 “폴란드·미국 등에서 생산을 확대하는 ‘지역 생산 전략’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공급망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악셀 크닐 밀레 마케팅 및 세일즈 총괄 사장. 밀레.

북미·유럽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키우는 경쟁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삼성·LG 등 한국 기업을 “스마트 기능과 디지털 생태계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자”라고 평가하면서도 “밀레가 바라보는 프리미엄은 세련된 디자인이나 (AI) 연결성에 머무르지 않고 긴 수명, 정밀함, 신뢰에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글로벌 가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면서도 “밀레의 대응 전략은 규모를 따라잡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가장 큰 기업이 되는 게 아니라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밀레는 변화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선 AI 적용에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IFA에선 음식을 자동 인식해 조리 과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푸드 ID’, 문제 해결을 돕는 ‘AI 진단’ 등을 선보였다. 크닐 사장은 “진정한 위협은 경쟁자가 아니라 타협”이라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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