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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일본 정치권 우경화 기조 심화하나

연합뉴스

2025.09.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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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일본 정치권 우경화 기조 심화하나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지난 7월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는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 패배 이후 책임론에 밀린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결국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기로 하는 등 여진은 컸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의 패배 이상으로 주목을 끈 것은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극우 성향의 신생 정당인 참정당의 부상이다.
참정당은 현 대표인 가미야 소헤이 의원을 중심으로 2020년 4월 창당된 정당이다. 그는 유대계 국제 금융자본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하는 등 음모론적 세계관을 펴면서 전통을 중시하는 '우익 사관'을 설파해왔다.
선거를 앞두고 제시한 헌법 초안에는 "일본은 천황(일본에서 일왕을 칭하는 명칭)이 다스리는 군민 일체의 국가", "교육칙어 등 역대 조칙(임금의 명령을 알리는 문서)은 교육에서 존중해야 한다" 등 극우적인 주장들이 대거 포함돼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구호로 내건 '일본인 퍼스트'가 상징하듯 사회 문제의 원인을 외국인에 돌리는 듯한 공약을 대거 내세웠다. 외국인에 의한 부동산 매입 제한, 비숙련·단순 노동자 수용 규제, 외국인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 중단,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이다.
또 작년 기준 45.8%인 국민부담률(국내총생산에서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 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35%로 낮추고 적자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익 포퓰리즘 정당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참정당의 부상 배경에는 높은 물가 상승과 뒷걸음치는 실질 임금, 양극화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등이 꼽힌다.
참정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의석수를 종전 2석에서 15석으로 늘렸다. 선거 뒤 여론 조사에서는 기존 야당인 입헌민주당이나 국민민주당보다 높은 정당 지지율을 보여 집권당인 자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자민당 지지층 중 보수 성향의 표가 참정당으로 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든든하 후원 조직이던 우익 단체 일본회의는 참의원 선거 뒤 "리버럴화한 현재의 자민당에 보수층이 '노'(NO)를 들이민 결과"라며 자민당에 확실한 보수 회귀를 주장하기도 했다.
자민당은 전체적으로는 보수 정당이지만 내부 구성원의 스펙트럼은 비교적 넓은 편이다.
현 이시바 총리의 경우 아베 전 총리의 대척점에 서서 비판을 쏟아내며 유명세를 얻었을 정도로 자민당 내에서는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통한다. 직전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당내 온건파로 분류된다.
아베 내각 이후 우익에서 중도로 조금씩 정책 노선이 바뀐 데 따른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부각되고 있다. 이런 분석은 자민당의 향후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나의 계기가 내달 4일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재 선거에 5명이 출마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유력한 주자로는 경제안보 담당상을 지낸 다카이치 사나에(64) 의원과 현 농림수산상인 고이즈미 신지로(44) 의원이 꼽힌다.

두 명 다 이시바 총리보다는 아무래도 당내 스펙트럼의 우측에 있는 정치인들이다. 특히 다카이치 의원은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우익 성향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 19일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불법체류자 대책을 비롯한 외국인 정책 강화, 스파이 방지법 제정 등 보수적인 정책을 대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다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지에 대해서는 "국책(國策)에 순직한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자세는 확실히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당내 온건파 세력을 의식한 듯 작년처럼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단골로 방문하는 인사인데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야스쿠니신사는 내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온 장소로 국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계속 참배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고이즈미 의원은 다카이치 의원만큼은 극우 성향은 아니지만 역시 종종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다. 그는 일본 패전일인 지난 8월 15일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그는 지난해 총재 선거 때 부부가 다른 성(姓)을 쓰는 것을 허용하는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등 진보적 정책 도입을 언급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올해는 한층 더 보수색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보수색이 강한 중진인 가토 재무상에게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참정당 돌풍으로 상징되는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 기류가 집권당인 자민당까지 번져 심화할까봐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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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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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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