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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살해는 가중처벌, 자녀 살해는?…'비속살해죄' 신설 논란

중앙일보

2025.09.20 13:00 2025.09.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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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인천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부모를 살해한 자녀를 가중 처벌하는 것처럼, 자녀를 살해한 부모도 가중 처벌한다면 가족 공동체 붕괴를 막을 수 있을까.


지난 9일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부모의 자녀 살해를 가중 처벌하는 ‘직계비속살해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법조계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부모·자녀 간 살인 범죄의 서로 다른 처벌 수위를 바로잡는 입법”(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라는 지지론과 “처벌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형벌만능주의”(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비판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비속 살인’도 자녀가 부모를 살해한 ‘존속 살인’만큼 무겁게 처벌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범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일반 살인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일반 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형법 제250조). 만약 진 의원이 발의한 직계비속살해죄가 도입되면 자녀를 살해한 부모에게도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최근 어린 자녀가 부모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비속 살해 또한 가족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하는 반인륜적 범죄”라는 게 진 의원이 제시한 개정 이유다.

실제로 부모의 자녀 살인 사건은 반복되고 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사건은 2023년 49건, 2024년 39건으로 집계됐다. 그 이전에는 부모의 자녀 살해는 경찰청 공식 통계에 별도로 집계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직계비속살해죄 도입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이창현 교수는 “굳이 필요 없는 예외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 살인죄로도 비속살해를 충분히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며 “우리가 시행 중인 존속살해죄도 해외에서는 위헌 논란으로 폐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처벌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형벌만능주의로 인해 ‘처벌 외 해결책’ 발굴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처벌만 강화한다고 가족 살인이 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신설된 후에도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직계비속살해죄 신설은 존속살해도 폐지하는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 등에선 피해자가 가해자의 존속·비속이라는 이유로 가중 처벌하진 않는다. 일본은 1973년 존속 관련 범죄에 대한 가중 처벌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정해 폐지했다. 한 교수는 그 이유를 “존속 살해만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다른 살인 범죄 처벌과 비교해 평등의 원칙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2011년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위에서 존속살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논의했다. 당시 일부 특위 위원들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조항을 짚으며 존속살해죄만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출생·혈연에 따른 차별일 수 있고, 일반 살인죄로도 재판에서 무거운 형벌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김대근 위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통해 가족 내 강력범죄를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양형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1

반면 김대근 위원은 “존속 살해를 가중처벌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비속 살해도 가중 처벌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다가서는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 존속살해죄에 대한 위헌성을 제기해온 이유가 비속 살인에 대한 가중 처벌이 없는 상태에서 존속 살인만 가중 처벌하는 것이 평등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은 “가장 좋은 해결책은 존속살해죄도 폐지한 뒤 존·비속을 가리지 않고 가족 구성원에 대한 강력 범죄를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새로운 양형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종오 의원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단순한 개인 사이 유대가 아니라 사회의 기초다. 특히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범죄는 사회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며 “이 법은 우리 사회가 아동과 약자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최소한의 윤리적·법적 선언”이라고 했다.



양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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