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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핵협의 NCG 10월 열리나…'확장억제 제도화' 기대감[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2025.09.20 13:00 2025.09.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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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관련 내용은 매우 고무적이다. 위 실장은 지난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음을 시사하며 “미국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측면에서 우리가 더 많은 여지를 갖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급적 일본과 유사한 권한을 갖고자 한다”며 목표 수준도 제시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북핵 대응 억제력 강화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의 고리1호기 모습. 고리1호기는 1978년 4월 29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 원자력발전소다. 2017년 영구 정지됐고, 지난 6월 해체가 결정됐다. 연합

이제 막 운을 띄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하루아침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확장억제 논의는 바이든-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을 계기로 출범한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NCG를 계속 유지할지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한·미는 오는 10월 NCG 회의 개최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회의가 개최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개최되는 회의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한·미 간 확장억제 제도화는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을 계기로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정상 차원에서 확장억제 제도화를 명문화한 최초의 선언문이다. 이를 계기로 Bottom-up 식으로 운영되던 확장억제 협의가 양국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Top-down 식으로 운영됨에 따라 제도화에 큰 진전이 있었다. 특히 한·미 간 핵 운용에 특화한 상설협의체인 NCG의 창설로 핵 관련 정보공유·협의·기획·실행 등 확장억제 전반에 걸쳐 우리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NCG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고위급그룹(HLG·High Level Group)을 참고하여 만든 조직이다. 나토의 경우 국방장관급의 핵기획그룹(NPG·Nuclear Planning Group)이 있고, NPG를 정책적으로 보좌하기 위한 조직으로 HLG를 두고 있다. 한·미는 기존의 국방장관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Security Consultative Meeting)를 정책적으로 보좌하기 위해 NCG를 창설했다.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가 NATO HLG의 의장인 동시에 한미 NCG의 미측 대표이다. 이처럼 NCG는 HLG와 동급 협의체지만, HLG는 다자협의체인 반면, NCG는 양자협의체로 깊이 있는 논의가 훨씬 용이하다.

NCG는 2023년 7월 창설된 이후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 발전을 주도해왔다.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아니라 한·미가 함께 확장억제의 전 과정을 협의 및 기획하고, 실행체계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NCG는 2024년 7월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의 공동 억제 및 대응 지침을 담은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발전시켰고, 한·미 정상이 2024년 7월 11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를 승인했다.

공동지침의 마련으로 확장억제는 정책적 차원의 논의에서 진화해 비로소 군사적 실행력을 갖추게 되었다. 공동지침 이전의 확장억제는 북핵 대비 억제력 강화에 방점을 둔 정책적 차원의 논의였지만, 지침의 채택으로 정책적 차원의 억제 노력을 넘어서 억제 실패 시 작전적 수준의 대응조치까지 확장한 통합적인 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언론을 통해 미국 핵자산에 북핵 억제와 대응을 위한 임무가 배정되고, 핵 위기 시 한·미 정상 간 소통을 포함하여 정부 각급 간 협의절차를 정립하는 등 대응조치를 위한 실행체계가 마련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1일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처음 공개된 고위력 미사일 현무-5. 유사시 미국의 핵전력과 함께 통합 운용하는 작전을 한국과 미국이 만들고 있다. 뉴스1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핵·재래식통합(CNI·Conventional and Nuclear Integration) 대응계획의 발전, 둘째, ‘일체형 확장억제’ 시행을 위한 지휘체계의 정착, 셋째, ‘일체형 확장억제’ 시행을 위한 지휘체계와 기존 연합사 지휘체계(재래식 전력 운용) 간의 통합 지휘체계의 정립이다.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3가지 요건을 완전히 갖추지는 못한 상태이다.

핵·재래식통합(CNI) 대응계획의 발전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고위력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 운용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한·미는 먼저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시나리오별 공동지침을 발전시킨 뒤, 공동지침을 구체화해 대응계획을 완성하는 단계적인 방식을 적용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냉전시기부터 핵작전은 동맹국과도 공유하지 않은 금기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어 대응계획 수립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당국에 일임하기보다 국가지도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체형 확장억제’ 시행을 위한 지휘체계는 외형적인 모습을 갖춰 가고 있지만,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2024년 10월 한국 전략사령부가 창설되어 미국 전략사령부와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핵·재래식(CNI) 대응계획 발전이 늦어지면서 한·미 전략사령부의 지휘를 받아 실제 작전을 수행할 부대들의 지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미 양국 모두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지도부의 교체로 핵 위기 시 정상 간 소통을 포함한 정부 각급 간의 협의체계도 점검·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체형 확장억제’ 지휘체계와 기존 연합사 지휘체계(재래식 전력 운용) 간의 통합 지휘체계의 정립도 필요하다. 한·미연합사가 미국 핵전력에 대한 운용 권한이 없으므로 두 개 지휘체제의 공존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위기의 성격에 따라 ‘주도’와 ‘지원’ 관계를 설정해 지휘노력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핵전력 주도의 위기대응이 필요한 경우 한·미 전략사령부가 위기를 ‘주도’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재래식 전력 주도의 위기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주도’하고 한·미 전략사령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위기관리대응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의 기본틀은 마련됐지만, 제도화 수준은 아직도 미흡하다. 트럼프-이재명 대통령 리더십 아래 이뤄지는 첫 번째 NCG 회의가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향후 추진을 위한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하는 기회가 돼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연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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