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가을야구 청부사가 되지는 못할 지언정,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해줘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 최소한의 역할마저도 불안해서 맡기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의 현실이다.
롯데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5-15로 대패를 당했다. 가을야구로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최하위 키움에게 덜미를 잡혔다.
기본적으로 선발 투수였던 에이스 알렉 감보아가 난타 장했다. 3⅓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8실점(7자책점)으로 일찌감치 무너졌다. 이후 박진과 이민석 등이 올라와 상황을 정리해보려고 했지만 실점을 억제하지 못했다.
결국 5회까지 2-11로 크게 뒤진 채 6회로 돌입했다. 롯데는 9점 차 뒤진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벨라스케즈를 투입했다. 10승과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 중이던 터커 데이비슨을 퇴출하면서 빅리그에서 38승이나 거둔 경력자 벨라스케즈를 데려왔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연봉 총액 33만 달러, 한화로 4억6000만원 가량을 투자했다. 원 소속 구단이었던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에 이적료까지 지불한 것을 감안하면 투자할 수 있는 최대의 금액을 지불했다. 당시 가을야구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불안한 투구 내용을 거듭했던 데이비슨을 내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벨라스케즈는 가을야구 청부사가 되지 못했다. 벨라스케즈 합류 이후 팀은 추락을 거듭했다. 개인적으로도 리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난타를 당했다. 결국 지난 13일 사직 SSG전 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뒤 불펜으로 전환됐다.
150km대 초중반의 강속구를 불펜에서 좀 더 힘있게 뿌려주면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렇다고 불펜에서도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16일 삼성전 ⅔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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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은 “지금은 중간에서 1이닝을 베스트 구속으로 던지는 게 낫다. 안 좋으면 바로 뺄 수 있지 않다. 그게 본인에게도 부담이 덜할 것이다. 선발로는 못 돌아갈 것 같다. 너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삼성전 이후 김 감독은 “선발이 어느정도 끌고 가주느냐에 따라서 초반에 들어갈 수도 있다. 공 자체는 괜찮다”면서도 “삼성전에서 타이밍이 다 맞아 나간다. 배트 중심에 다 맞추더라”고 불안했던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2경기에서 롯데는 큰 점수차의 경기를 치렀다. 19일 창원 NC전 롯데는 18-2로 대승을 거뒀다. 이때 벨라스케즈는 선택받지 못했다.
그리고 20일 사직 키움전도 5-15로 패했고 벨라스케즈는 2-11로 뒤진 6회 마운드에 올랐다. 지고 있지만 9점 차의 넉넉하고 여유있는 상황. 그럼에도 벨라스케즈는 타자를 제대로 압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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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타자 이주형에게 좌중간 2루타를 얻어 맞았고 여동욱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어준서를 2루수 직선타로 처리해 1사 1,2루가 됐지만 송지후에게 적시 2루타를 얻어 맞았다. 이어진 1사 2,3루에서 임병욱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여기서 실점을 끝내기 못했다. 2사 3루에서 송성문에게 중전 적시타까지 얻어 맞았다. 2-1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격차를 더 붙들지는 못할 망정 상대가 더 도망가게끔 만들었다.
10점 차 안팎의 넉넉한 상황, 혹은 패전 처리 상황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외국인 투수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면담까지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았다. 과연 롯데의 남은 시즌, 벨라스케즈는 조력자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