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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김치 굴욕, 日기무치에 밀린다…"金배추에 엔저 영향"

중앙일보

2025.09.20 20:46 2025.09.2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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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관계자가 김치를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김치의 최대 수출 시장인 일본에서 우리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산 김치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데다 엔화 약세도 이어진 영향이다. 일본산 김치(기무치)와의 가격 차가 더 벌어지면서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도쿄지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산 김치 가격은 1g당 1.3~1.5엔(소비세 제외) 수준으로 일본산 김치 대비 30% 이상 비싸다. 포장형태나 판매 채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일본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용기 포장 일본산 김치(200~300g)를 기준으로 할 때, 경쟁 제품인 한국산 김치(300~400g)의 가격이 더 비싸다는 의미다. 2022년까지는 1g당 1엔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2023년부터 가격 차가 벌어졌다. 일본 전역의 식품 슈퍼마켓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는 KSP-PO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판매율 상위 50개 브랜드 중 한국산 가격은 ▶종가 김치 320g 370.97엔 ▶비비고 맛있는 김치 300g 312.54엔 ▶규카쿠 한국직송 김치 330g 330.38엔 ▶한(韓) 김치 300g 367.78엔 등이다. 일본산보다 50엔~100엔 이상 높다.

김주원 기자
우선 지속적인 엔저로 한국 김치 수입업체의 부담이 커진 게 주된 원인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물량을 수입하더라도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김치의 원재료인 배추값이 오르고 한국 내 인건비ㆍ운송비가 폭등하면서, 버티다 못한 업체들이 소비자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aT 오사카 지사는 올해 초 발간한 ‘일본 김치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수입업체들이) 2022~2023년 매장가격에서 평균 3% 전후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2024년에도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며 “한국 내 인건비 상승 등의 인상 요인이 해소되지 않아 향후 다시 가격 인상을 예정하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일본 김치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한국산 김치끼리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일본산과 가격 차가 더 벌어지면 한국산 김치는 일본 식품 슈퍼마켓 진열대에 배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 전체 김치 시장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김주원 기자
지난해 김치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대일 수출은 줄었다. 관세청ㆍ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량은 4만7100t으로 2023년보다 6.8% 증가한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액도 5.1% 늘어난 1억6360만 달러(약 2250억원)다. 95개 수출국 중 1위는 일본으로 해마다 2만t 안팎, 800억 원 규모의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일 김치 수출 물량과 금액은 전년 대비 각각 9%, 12% 감소했다.

서혜영 세계김치연구소 산업지능화연구본부장은 “일본은 한국 김치를 글로벌화하는 발판이 된 나라인 만큼, 수출채산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며 “일본도 인구 감소에 따라 김치 소비층이 줄고 있지만, 일본산 김치와의 가격 차를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한국 김치 고유의 맛과 활용 방법을 알린다면 시장 점유율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대상
일본에 진출한 기업들은 가격 인상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품질 개선, 마케팅 강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엔 K팝ㆍK드라마 등 한류 문화에 대한 호감도를 한국산 김치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하는 추세다. 일본 내 한국산 김치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상은 지난 4월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호시 얼굴을 담은 '종가 김치' 3종 세트를 출시했다.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레시피를 최적화하고, 매운맛을 낮춘 제품들이다.


aT 도쿄지사 관계자는 “일본 내 한국산 김치의 시장점유율 유지·확대를 위해 aT와 한국산 김치 수입업체들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물류비 절감을 위해 일본 현지에 공동물류센터를 마련하고, 슈퍼마켓 판매촉진 활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다음으로 한국이 김치를 많이 수출한 국가는 미국·네덜란드·캐나다·호주 등이다. 특히 지난해 캐나다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61.5% 급증했다. 미국과 네덜란드도 각각 25.1%와 28.9% 늘었다. 하지만 전체 수출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이 39%, 미국이 28%로 여전히 압도적이다. 최민지 농식품부 식품외식산업과장은 “현지 유통업체 입점 확대, 한식에 대한 인지도 상승, 현지 맞춤형 상품 개발 등으로 김치 수출이 늘고 있다”며 “일본ㆍ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한편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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