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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비행장서 수만명 北열병식 준비…북·중·러 연대 또 과시하나

중앙일보

2025.09.20 22:58 2025.09.2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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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7월27일 저녁 수도 평양에서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 70돌(전승절) 열병식을 진행한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주석단에 자리했다. 뉴스1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10월 10일)을 앞두고 평양의 공군 비행장 일대에서 최대 수만 명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중국과 러시아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중국 전승절(9월 3일) 이후 북·중·러가 평양에서 연대를 과시하는 모습을 재차 연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군과 정부 소식통을 종합하면 북한은 평양 외곽의 미림 비행장 일대에서 수 개월 전부터 군인들을 동원해 열병식을 준비 중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7월 초부터 수만 명 규모의 인원이 식별 됐다"며 "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연습하는 동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습에 동원된 인원과 장비를 근거로 미루어 볼 때 역대 최대 규모 치러졌던 2023년 2월 건군절(북한군 창설) 75주년 열병식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북한 입장에서 이번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는 체제의 정통성과 김정은의 리더십을 극대화하는 중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과 중국 전승절(戰勝節·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참석 등을 계기로 국제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은 김정은이 자신의 치적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열병식 당일엔 신형 무기 체계를 공개해 군사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주장한 '화성-19형'이나 차세대 ICBM이라고 밝힌 '화성-20형'의 탄두부·추진체 일부, 최신형 자폭 무인기 등이 거론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의 공군 기지인 미림 비행장 일대에서 수 개월 전부터 군인들을 동원해 열병식을 준비 중이다. 2023년 미국의 소리(VOA)가 2023년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열병식 준비에 동원된 병력대열로(적색 사각형) 추정되는 무리가 포착됐다고 보도할 당시 사진. 사진 VOA 유튜브 채널 캡처
정부 소식통들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각국의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했다고도 했다. 특히 올해 80주년 당 창건일은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년·10년 단위의 해) 행사인 만큼 중·러 참석자의 '급'을 높이려 할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이 10월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김정은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에 응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만큼 고위급 관계자를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중국 전승절 이후 한 달 만에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무대를 바꿔 북·중·러 연대를 과시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 같은 달 말 경주에서 한국 주도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를 견제하는 모양새도 된다.

앞서 2023년 7월 북한의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 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중국 전인대 상무위 리홍중(李鴻忠)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北최고인민회의 개최 예상…'두 국가' 후속 법제화 관건

북한은 전날(20일)부터 한국의 정기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보이지만, 21일까지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에 관련 소식을 전하지는 않았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1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를 9월 20일부터 소집한다고 예고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과 법령의 재·개정을 시행하는 만큼 김정은이 지시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와 관련한 후속 법제화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북한은 최전방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요새화 작업도 계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북한은 최전방의 국경선화를 상시화하고 있다. 최근까지 MDL 총 250㎞ 가운데 30%에 달하는 지역에 전술 도로와 철조망을 부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에 따르면 최전방 작업은 ▶지뢰탐지와 수목제거 ▶불모지 조성 ▶지뢰매설 ▶전술도로 개설 ▶3중 철책 설치 등 5단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MDL과 가까운 지역은 최대 40여m 앞, 먼 곳은 300여m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작업 중인 북한 장병들이 MDL을 침범하는 사례도 지난해부터 12차례 있었다.

특히 지뢰 매설의 경우 북측 지역과 가까운 북방 한계선 쪽에 묻는 동향도 포착됐는데, 이는 북한의 작업이 MDL의 요새화뿐 아니라 탈북을 방지하기 목적도 있다는 군의 분석과 일치한다.



이유정.정영교.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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