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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베일 "손흥민도 LAFC서 우승하길...임성재와 스크린 골프 쳐"

중앙일보

2025.09.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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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수퍼스타 가레스 베일이 시그니처인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넥슨]

“사실 은퇴한 뒤로는 축구를 해본 적이 없다. 거의 3년 만에 축구화를 신었다. 아마 은퇴 후 처음으로 날려본 슛이었을 거다. 좀 낯설었지만 기분 좋았다. 오랜 만에 축구장에 돌아와 옛 동료, 과거 맞붙었던 선수들과 같은 그라운드를 밟았다. 또 장소가 한국이라는 점도 아주 멋졌다. 모두가 정말 따뜻하게 맞아줬다.”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콘매치에서 가레스 베일(36·웨일스)은 멋진 감아차기슛을 시도했다. 상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44·스페인) 선방에 막힌 얘기를 꺼내자 빙긋 웃었다. 경기 후 한국에 며칠 더 머문 베일을 17일 줌 영상을 통해 단독 인터뷰했다.

베일은 토트넘(잉글랜드)을 떠나 2013년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 1억 유로(1636억원)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5차례나 밟았던 그는 2020년 토트넘으로 돌아와 손흥민(33)과 잠시 함께 뛰었다. 2022년에는 손흥민의 현 소속팀인 LAFC(미국)로 이적했고, 그곳에서 이듬해 은퇴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5320만명에 달하는 수퍼스타다.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전설들이 맞붙은 아이콘매치. 프리킥을 앞둔 창팀의 베일(왼쪽)과 호나우지뉴. [사진 넥슨]

Q : -2013~14시즌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우승을 안긴 단독 돌파 골은 커리어에서 가장 상징적인 골 중 하나로 꼽힌다. 2018년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오버헤드킥 득점과 비교해 개인적으로 더 의미 있는 골은 무엇이었나.
A : “리버풀전 결승골을 내가 최고로 애정한다. 누구나 어릴 적부터 이런 골을 꿈꾼다. 바이시클킥이든, 하프라인 근처에서 쏘는 슛이든. 늘 꿈처럼 그리는 장면이다. 그걸 세계 축구에서 가장 큰 무대, 그것도 결승전에서 경기를 승리로 이끈 결승골로 만들어냈다는 건 말 그대로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지금도 돌아볼 수 있는 기억이고, 역사 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장면이며,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됐다. 축구를 시작한 제 아들도 ‘와! 아빠 진짜 멋지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게 해낼 수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다른 골들이 안 좋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특별한 오버헤드킥이었다. 결승전에서 유형이 전혀 다른 2골을 터트렸다는 사실 자체도 좋다. 둘 다 훌륭하다.”

가레스 베일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5차례나 제패했다. [사진 베일 인스타그램]

Q : -2013~14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중요한 헤딩골을 터트리며 완벽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팬들의 기대치가 워낙 높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렇게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A :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었던 게 핵심이었다. 제게 아주 중요한 한 가지는 경기장에서 편안함을 느끼면 잘 뛴다는 점이었다. 당시 감독은 카를로 안첼로티였고, 수석코치는 영어를 쓰는 폴 클레멘트였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제가 빨리 안정감을 찾도록 정말 잘 도와줬다. 그래서 첫해에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이유가 그 ‘안정감’이라고 느낀다.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이 아주 잘 설명해줬다. 그런 점이 경기력 측면에서 제가 그렇게 잘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Q : -레알 마드리에서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 많은 순간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 있는 장면을 하나 꼽는다면.
A : “아마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결승(2014년)일 거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꾼다. 그걸 게다가 제 첫 시즌에 실제로 이뤄냈다. 트로피를 드는 순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분이 어떨지 그땐 알 수 없다. 물론 다른 우승들이 덜했다는 건 아니지만, 일단 한 번 우승하고 나면 ‘과정’과 ‘다음에 펼쳐질 일’을 알게 된다. 첫 번째는 모든 게 미지였고, 그래서 트로피를 드는 순간 이후에 이어지는 모든 순간들까지 포함해 정말 특별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토트넘에서 활약한 수퍼스타 가레스 베일. [사진 넥슨]

Q : -이름의 앞글자를 딴 레알 마드리드 베일-벤제마-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BBC 라인’과 FC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의 ‘MSN’은 축구 역사상 가장 막강한 공격라인으로 평가 받는다. 2014~17년 그들과 맞붙은 건 어떤 경험이었나.
A : “돌아보면 대단했다. 공격 면에서만 보면 아마도 세계 최고 6명이 같은 리그에서 서로 맞붙었으니까.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고, 그냥 상대를 이기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강팀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같은 시대, 같은 리그에서, 같은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 두 공격 트리오가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들에겐 훌륭한 삼각편대가 있었고, 우리도 그랬다. 그들도 우승했고 우리도 우승했다. 당시 축구 전체에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본다.”
토트넘 시절 절친이었던 베일과 손흥민. [AP=연합뉴스]  T


Q : -2020~21시즌 토트넘 임대 시절에 손흥민과 가까워졌다. 함께 뛰어보니 어땠나. 서로에게 배운 점이나 전해준 게 있었나.
A : “토트넘으로 돌아가 손흥민(‘소니’로 지칭)과 함께 뛸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때도 늘 전 소속팀 경기를 챙겨봤다. 토트넘 경기를 가능한 한 자주 봤다. (소니와) 직접 만나 함께 뛰게 된 건 멋진 일이었고, 우리는 정말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됐다. 서로 도우려 했고, 축구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제가 더 높은 수준에서 오래 뛰어본 경험이 있으니 소니는 질문을 많이 했고, 함께 뛰는 동안 축구에 대해 수없이 대화했다. 정말 즐거웠다. 우리 둘 다 굉장히 직선적이고, 공격적이고, 슈팅이 좋은 타입이라 비슷한 면이 많았다. 함께한 시간은 훌륭했고, 제가 떠난 뒤에도 그가 계속 아주 잘해주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2021년 토트넘 시절 손흥민과 베일, 케인(왼쪽부터). [로이터=연합뉴스]


Q : -한국에서는 케인-베일-손흥민의 이름 앞글자를 따 ‘KBS 라인’이라고도 불렀다. 이 별명을 들어본 적이 있나.
A : “그 별명은 몰랐지만, 함께 뛸 때 우리가 정말 많은 골을 넣었던 건 사실이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기준으로, 우리 셋이 합작한 득점이 역대 최다에 가깝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뛴 건 정말 멋졌다.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클럽 토트넘으로 돌아와 뛸 수 있어 기뻤다. 소니 그리고 해리와 함께한 그 시즌은 최고였다.”
지난 5월 손흥민(왼쪽)이 토트넘에서 10년 만에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당시 베일(오른쪽)은 스페인 빌바오 현장에서 TV 해설을 했다.[사진 베일 인스타그램]


Q : -지난 5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10년 만에 첫 우승 트로피(유로파리그)를 들어 올릴 당시 스페인 빌바오 현장에서 TV 해설을 했는데.
A : “놀라웠다. 전 경기 내내 토트넘을 응원했다. 소니가 토트넘에서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경기였다. 결과적으로 팀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하고 수많은 골을 넣고 중요한 경기들을 치른 끝에,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게 돼 정말 감격스러웠다. 주장 완장을 차고 실제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게 또 특별했다. 경기 후 그를 만나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순간을 함께했다. 정말 대단한 하루였다.”

미국 MLS LAFC에서도 우승을 이뤄낸 베일. [사진 베일 SNS]

Q : -손흥민이 LAFC에 합류하기 전 조언을 구했다던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었고, 어떤 조언을 해줬나. 특히 한국 팬들은 손흥민이 당신처럼 LAFC를 챔피언으로 이끌길 기대한다.
A : “주로 클럽 자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가 거기서 뛰었으니까. 우리 둘은 에이전트가 같아서 그(에이전트)를 통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게 좋았다. LAFC가 얼마나 좋은 클럽이라는 점, MLS(미국메이저리그사커)가 점점 성장하고 더 좋아지고 있는 리그라는 점을 전했다. 게다가 곧 월드컵도 열리지 않나. 지금 미국은 온통 축구 분위기다. 그래서 대체로 그런 얘기들이었다. 그리고 물론 내 전 소속팀에서 소니가 또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나는 운 좋게도 (2022년에 MLS에서) 거기서 가능한 3개의 트로피를 모두 들어 올렸다. 서부 콘퍼런스, 서포터스 실드, MLS컵까지. 소니가 그걸 해내면 정말 멋질 거다. 출발이 아주 좋았고, 시즌은 아직 남아 있으니 부디 해내길 바란다.”

골프 사랑으로 유명한 가레스 베일. [사진 베일 인스타그램]

Q : -트로피가 넘쳐 나는 커리어와 더불어, 당신의 ‘골프 사랑’도 유명하다. 골프를 처음 어떻게 배웠고, 현역 시절 축구와 어떻게 균형을 맞췄나.
A : “(골프는) 토트넘 시절에 시작했다. 동료들 몇 명이 골프를 치는데 같이 칠 사람 있느냐고 해서 ‘좋다, 함께하자’고 했다. 영국에서는 경기와 경기 사이에 축구선수들이 골프를 치러 가는 게 꽤 흔하다. 골프를 축구의 압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삼았다. 늘 훈련하고, 늘 경기하고, 성과를 내고 우승을 해야 한다는 많은 압박 속에 있었으니까. 오르내림도 있었다. 그래서 모든 것에서 잠시 벗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늘 좋았다. 선수 시절 골프를 아주 자주 쳤다고 오해하시는 사람이 있던데, 실제로는 휴일이 있을 때 2~3주에 한 번 정도였다. 그렇게 많이 치진 않았다. 물론 은퇴한 지금은 좀 더 자주 친다.”


베일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PGA 골프선수 임성재와 골프 시뮬레이터를 함께 했다. [사진 임성재 인스타그램]

Q : -아이콘매치 후에 임성재와 골프를 즐겼다고 들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고, 함께 쳐보니 어땠나.
A : “(주최사인) 넥슨과 ‘액티베이션(행사)’이 있었는데, 덕분에 그와 함께할 수 있었다. 임성재는 PGA(미국프로골프) 투어에서 뛰는 놀라운 선수다. 함께 촬영도 좀 했다. 실제 라운드는 아니고 골프 시뮬레이터(스크린 골프)에서만 쳤지만,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고, 아주 좋은 친구였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이 대단하다.”


Q : -당신은 축구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그 시절 워라밸은 어땠나.
A : “늘 좋았다. 저는 축구와 가정을 늘 분리하려고 했고, 아내는 제가 하는 모든 일을 지지해줬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집에서는 축구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둘을 떼어 놓았고, 집안의 결속이 워낙 강하다 보니 분리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일이든 가정이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온전히 즐기려면 분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항상 균형을 잘 유지했다고 본다.”


Q : -은퇴한 지금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A : “제게 가장 중요한 건 아직 가족이다. (선수) 커리어는 끝났고, 나가 이룬 것들에 만족한다. 이제는 아이들, 아내와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전부다. 아들은 이제 축구를 하고, 두 딸은 다른 스포츠를 한다. 선수 시절 늘 이동하느라 가족과 관련된 많은 순간을 놓쳤다. 이제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축구 경기를 뛰는 모습, 체조를 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곁에 있어주고 싶다. 그저 아빠로서 아이들이 자라는 걸 보는 것, 그 시간 자체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
레알 마드리드와 토트넘에서 활약한 수퍼스타 가레스 베일. [사진 넥슨]

◇가레스 베일(36)
출생: 1989년 웨일스 카디프
포지션: 윙어, 윙백
프로경력: 사우샘프턴(2006~07), 토트넘(2007~13, 2020~21), 레알 마드리드(2013~22), LAFC(2022~23)
우승: 스페인 라리가(3회), 유럽 챔피언스리그(5회), 잉글랜드 리그컵, 미국 MLS컵 등 17회
시장가치: 1억 유로(1636억원·2013년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 토트넘→레알 마드리드)
국가대표: 웨일스 111경기 41골(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
인스타그램 팔로워: 5320만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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