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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일 생길 것" 엄포까지…아프간 기지 집착하는 트럼프 속내

중앙일보

2025.09.20 23:54 2025.09.2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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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며 탈레반에 넘겨줬던 바그람 공군기지 수복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탈레반 측의 거부 의사에도 엄포를 놓으며 반환을 거듭 촉구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1월 28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예고 없이 방문해 미군에게 연설하고 있다. 뒤로 당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만약 아프가니스탄이 바그람 공군기지를 건설한 미국에 돌려주지 않는다면 나쁜 일들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8일 영국을 국빈방문한 자리에서 바그람 기지 반환 추진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탈레반 정권 외무부의 고위 관리인 자키르 잘랄리는 “(미국과) 다른 교류의 문은 열렸다”면서도 “아프가니스탄은 역사상 (외국)군 주둔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고 반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 정권을 향해 경고를 날리면서 바그람 기지를 되돌려받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약 50㎞ 떨어진 바그람 기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이 20년간 지속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핵심 거점 역할을 해왔다. 탈레반 정권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1년 7월 미군이 철수하자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뒤 바그람 기지도 점령했다.

2021년 6월 25일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공군기지 모습.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탈레반과 합의한 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인 2020년 2월이다. 그러나 2021년 철수 과정에서 카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00여명이 죽는 혼란이 빚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철수 방식을 비판했다.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바그람 기지에 일부 병력을 주둔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3월부터 고위 외교 관료들에게 바그람 기지 반환 추진을 압박해왔다고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 약 805㎞도 떨어지지 않은 중국을 감시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희토류와 광물 개발에 접근하며,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대테러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 바그람 탈환의 목적이라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8일 “(바그람) 기지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핵무기를 만드는 곳에서 (비행기로) 1시간 떨어진 곳이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동쪽으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일대에는 1964년 중국이 첫 핵실험을 실시한 뤄부포(羅布泊)호 핵실험장이 위치해있다.

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린 미국 철수 및 탈레반 통치 시작 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군용 헬리콥터가 도시 상공에 꽃을 떨어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그람 기지 반환 문제를 놓고 탈레반과 접촉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미군 철수 이후 중국이 탈레반 정권과 경제 협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뜻대로 바그람 기지가 반환될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점령한 뒤 여성의 고등교육을 금지한 탈레반 정권이 지난달 말부턴 여성이 저술한 책 140권을 포함한 679권을 각 대학의 금지도서로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BBC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는 이들 도서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각 대학에 금지도서 지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위문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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