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2025시즌 프로축구 K리그1 30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대구FC 경기가 벌어진 대전월드컵경기장.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의 ‘히어로’ 임영웅을 뜨거운 박수로 맞아주세요”라고 시축자를 소개했다. 관중석이 들썩였다. 가수 임영웅(34)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 환호가 쏟아졌다. 등 번호 ‘1’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대전 유니폼을 입고 페널티박스에 선 임영웅은 능숙하게 왼발 슛으로 시축을 마쳤다. 그는 관중석을 향해 밝게 웃으며 “선수들이 부상 없이 뛰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중석에서 전반전을 관전한 임영웅은 하프타임이 되자 다시 그라운드에 내려와 특별공연을 펼쳤다. 그는 최근 공개한 정규 2집 ‘아임 히어로 2’ 수록곡 ‘그댈 위한 멜로디’를 불렀다.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팬들은 휴대폰 라이트를 켠 채로 ‘떼창’을 했다.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시축 때도 공연 때도 임영웅은 잔디 보호를 위해 축구화를 신었다.
임영웅이 K리그 경기에서 시축한 건 2023년 4월 FC서울-대구전(서울) 이후 2년 5개월 만으로, 두 번째다. 포천중에서 축구 선수였던 그는 현재 대전의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 광고모델이다. 대전은 이날 ‘임영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관중 2만1045명.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구단 최다관중(종전 2만592명)이다. 올 시즌 대전의 평균 관중은 1만명을 조금 넘는다.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의 응원까지 등에 업은 대전은 대구를 3-2로 꺾었다. 멀티골(12·13호 골)을 넣은 대전 주민규(35)는 득점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14골의 전진우(전북). 주민규는 첫 골 직후 손으로 임영웅의 인사말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세요)’을 뜻하는 ‘ㄱ’자를 만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황선홍 대전 감독은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준 임영웅씨에게 감사한다. 더 많은 관중이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