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고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아온 클레이튼 커쇼(37·LA 다저스)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마운드를 떠났다.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등판 가능성은 아직 남았지만, 지난 2008년부터 이어온 18년간의 페넌트레이스 일정은 모두 마무리했다.
커쇼는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현역 고별전을 치렀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와 4와 3분의 1이닝 동안 91구를 던지며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다저스는 6-3으로 이기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는 것으로 커쇼의 은퇴를 축하했다.
2006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7번)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커쇼는 2008년 빅리거로 승격했다.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내셔널리그(NL) 마운드를 호령했는데, 2010년 13승을 시작으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특히 2014년에는 가장 많은 21승을 거두며 MLB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13, 14년에는 류현진(38), 잭 그레인키(42)와 함께 강력한 선발진을 형성했다.
MLB 통산 453경기에서 222승96패, 3045탈삼진, 평균자책점 2.56(2849이닝 804자책점)의 성적을 남긴 커쇼는 구장 밖에서는 각종 선행과 기부로 호평받았다. 매년 아내와 함께 잠비아를 찾아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고, 꾸준한 기부로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2020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명실상부 ‘21세기 최고 투수’임을 확인한 커쇼는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2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재기해 올해 다시 10승 고지를 밟았다.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도 “건강하게 던진 올해가 바로 떠나야 할 시점이라고 느꼈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19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커쇼는 “마음이 바뀔까 봐 주위에도 은퇴 사실을 많이 알리지 않았다. 나는 슬프지 않다. 다만 감정은 조금 북받친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이튿날 뜨거운 환호 속에 은퇴 경기에 등판했다. 비록 구속은 시속 140㎞대 중반으로 줄었지만 예리한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어 던져 6개의 삼진을 잡았다. 5회초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커쇼는 마운드를 에드가르도 엔리케스(23)에게 넘겼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5만여 관중은 3분 30초 동안 기립박수로 전설을 배웅했다.
2014년 NL 최우수선수(MVP)에 사이영상을 세 차례나 받은 커쇼는 향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된다. 데이브 로버츠(53) 다저스 감독은 커쇼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등록 가능성을 내비치며 “커쇼는 이 시대 최고 투수다. 동시대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지만, 커쇼처럼 책임감이 강한 투수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