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축구를 한 적이 없고, 거의 3년 만에 축구화를 신었다. 좀 낯설었지만, 기분 좋았다. 오랜만에 옛 동료, 과거 맞붙었던 선수들과 같은 그라운드를 밟았다. 장소가 한국이라는 점도 아주 멋졌다.”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콘매치에서 가레스 베일(36·웨일스)은 멋진 감아차기슛을 시도했다. 상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44·스페인) 선방에 막힌 얘기를 꺼내자 빙긋 웃었다. 경기 후 한국에 며칠 더 머문 베일을 17일 단독 인터뷰했다. 토트넘(잉글랜드)의 간판이었던 그는 2013년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인 1억 유로(1636억원)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5차례나 밟았던 그는 2020년 토트넘으로 돌아와 손흥민(33)과 잠시 함께 뛰었다. 2022년에는 손흥민의 현 소속팀인 LAFC(미국)로 이적했고, 그곳에서 이듬해 은퇴했다.
Q : 2014년 스페인 국왕컵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우승시킨 단독 돌파 골, 2018년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오버헤드킥 골 중 개인적으로 더 의미 있는 골은.
A : “리버풀전 결승골이다. 누구나 어릴 때부터 이런 골을 꿈꾼다. 세계 축구에서 가장 큰 무대, 그것도 결승전에서 경기를 승리로 이끈 결승골을 넣는 건 말 그대로 꿈이 이뤄진 순간이다. 축구를 시작한 내 아들도 ‘아빠 진짜 멋지다’고 말한다.”
Q : 2014~17년 이름의 첫 글자를 딴 레알 마드리드의 BBC(베일-벤제마-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바르셀로나의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이 맞붙었다.
A : “돌아보면 대단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6명이 같은 리그에서 서로 맞붙었으니까. 지금 돌아보면, 같은 시대, 같은 리그에서, 같은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 두 공격 트리오가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Q : 2020~21시즌 친정팀인 토트넘에 임대돼 손흥민과 함께 뛰었다.
A : “토트넘에서 손흥민(‘소니’로 지칭)과 함께 뛰게 된 건 멋진 일이었다. 우리는 정말 가까운 친구가 됐다. 내가 더 높은 수준에서 오래 뛴 경험이 있다 보니 소니가 질문을 많이 했다. 함께 뛰는 동안 축구에 대해 수없이 대화했다. 우리는 둘 다 매우 직선적이고, 공격적이고, 슈팅이 좋은 타입이라 비슷한 면이 많았다.”
Q : 지난 5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10년 만에 첫 우승 트로피(유로파리그)를 들어 올릴 당시 현장에서 TV 해설을 했는데.
A : “경기 내내 토트넘을 응원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경기였다. 팀을 위해 오래 헌신하고 수많은 골을 넣은 끝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게 돼 정말 감격스러웠다. 주장이라서 더욱 특별했다.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순간을 함께했다.”
Q : 손흥민이 LAFC에 합류하기 전 조언을 구했다던데.
A : “우리는 에이전트가 같아서 그(에이전트)를 통해서도 대화할 수 있었다. LAFC가 좋은 클럽이라는 점, MLS(메이저리그 사커)가 점점 성장하고 더 좋아지는 리그라는 점 등을 전했다. 게다가 곧 월드컵도 열리지 않나. 미국은 온통 축구 분위기다. 내 전 소속팀에서 손흥민이 트로피를 또 들어 올리는 걸 보고 싶다. 나는 운 좋게도 (2022년 MLS에서) 3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서부 콘퍼런스, 서포터스 실드, MLS컵까지. 손흥민도 그걸 해내면 정말 멋질 거다. 출발이 아주 좋았고, 시즌은 아직 남아 있으니 부디 해내길 바란다.”
Q : 골프를 좋아하기로 유명한데.
A : “골프는 토트넘 시절에 시작했다. 골프를 하면 축구의 압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늘 훈련하고, 경기하고, 성과를 내고,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있었으니까. 선수 시절 골프를 너무 많이 쳤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던데, 실제로는 2~3주에 한 번 휴일에 쳤다. 은퇴한 지금은 좀 더 자주 친다.”
Q : 아이콘매치 후에 임성재와 골프를 즐겼다고 들었다.
A : “(주최사인) 넥슨과 함께한 행사가 있었는데, 덕분에 PGA(미국프로골프) 투어에서 뛰는 ‘놀라운 선수’ 임성재와 함께할 수 있었다. 실제 라운드는 아니고 스크린으로 쳤는데,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임성재) 실력은 말할 것도 없이 대단했다.”
Q : 은퇴한 지금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A : “(선수) 커리어는 끝났고, 내가 이룬 것들에 만족한다. 선수 시절 늘 이동하느라 가족과의 많은 순간을 놓쳤다. 이제는 아내 및 아이들(딸 2, 아들 1)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이 축구나 체조 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곁에 있어 주고 싶다.”
◇가레스 베일(36)
출생: 1989년 웨일스 카디프
포지션: 윙어, 윙백
프로경력: 사우샘프턴(2006~07), 토트넘(2007~13, 2020~21), 레알 마드리드(2013~22), LAFC(2022~23)
우승: 스페인 라리가(3회), 유럽 챔피언스리그(5회), 잉글랜드 리그컵, 미국 MLS컵 등 17회
시장가치: 1억 유로(1636억원·2013년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 토트넘→레알 마드리드)
국가대표: 웨일스 111경기 41골(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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