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가 태양광 발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K-태양광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에 밀리고 있어서다. 대신 K-태양광은 중국산에 규제를 강화하는 미국에서 기회를 넓히고 있다.
21일 중동 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의 5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2060년까지 완전한 ‘넷제로(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으로 목표로 내세웠다. 당장 국부펀드 지분을 가진 ACWA파워 등 사우디 기업 3곳은 지난 7월 15기가와트(GW) 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83억 달러(약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유국 사우디가 태양광에 눈을 돌리는 건 전력은 ‘값싼’ 태양광에서 얻고, ‘비싼’ 석유를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해서다. 올리버 코너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우디는 전력의 3분의 1을 석유로 생산하는데, 이는 연간 200억 달러 상당의 석유 수출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극도로 비효율적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K-태양광은 사우디에서 별다른 희소식이 없다. 글로벌 시장을 중국산 태양광이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어섰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중국은 실리콘 등 핵심 소재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데다 최근 기술력도 한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태양광 모듈 값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만 해도 와트(W)당 25센트 이상이던 태양광 모듈은 올해 2월 9센트 미만으로 급락했다.
다만 사우디의 태양광 확대는 한국 플랜트 산업에는 호재로 반영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 초 사우디 메디나와 제다 지역에 각각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3억8900만 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오는 2027년 11월 완공 목표다. 또 한국전력은 아랍에미리트(UAE) 재생에너지 개발사 마스다르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지난해 리야드 북쪽 지역에 2GW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한국산 태양광은 미국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은 최근 PFE(금지외국단체) 문턱을 높여 중국산 태양광 소재에 대한 규제를 확대했고,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 규제도 강화했다. 한화솔루션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서 태양광 생산거점 ‘솔라 허브’를 구축 중이고, OCI홀딩스도 건설 중인 텍사스주 셀 생산 공장을 내년에 준공할 계획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풍력이나 태양광은 세기의 사기극”이라고 올렸지만,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심으로 한 전력 수요가 급등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태양광 수요는 증가세고 중국보다 유리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미국에 집중하면서 기술 차별화 역량을 키우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