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국 김치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산 김치(기무치)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수출 비중의 약 40%를 차지하는, 한국 김치의 최대 수출국이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도쿄지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산 김치 가격은 1g당 1.3~1.5엔(소비세 제외) 수준으로 일본산 대비 30% 이상 비싸다. 2022년까지는 1g당 1엔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본 KSP-PO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판매율 상위 50개 브랜드 중 한국산 가격은 ▶종가 김치 320g 370.97엔 ▶비비고 맛있는 김치 300g 312.54엔 ▶규카쿠 한국직송 김치 330g 330.38엔 ▶한(韓) 김치 300g 367.78엔 등이다. 일본산보다 50엔~100엔 이상 비싸다.
지속적인 엔저로 한국 김치 수입업체의 부담이 커진 게 주된 원인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물량을 수입하더라도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김치의 원재료인 배춧값이 오르고 한국 내 인건비·운송비가 폭등하면서, 버티다 못한 업체들이 소비자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aT 오사카 지사는 올해 초 발간한 ‘일본 김치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수입업체들이) 2022~2023년 매장가격에서 평균 3% 전후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2024년에도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며 “한국 내 인건비 상승 등의 인상 요인이 해소되지 않아 향후 다시 가격 인상을 예정하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일본산과 가격 차가 더 벌어지면 한국산 김치는 일본 식품 슈퍼마켓 진열대에 배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 전체 김치 시장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지난해 김치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출국 중 1위인 일본으로의 수출은 줄었다. 한국은 일본으로 해마다 2만t 안팎, 800억원 규모의 김치를 수출했었는데, 지난해엔 대일 김치 수출 물량과 금액이 전년 대비 각각 9%·12% 감소했다. 서혜영 세계김치연구소 산업지능화연구본부장은 “일본은 한국 김치를 글로벌화하는 발판이 된 나라인 만큼, 수출채산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 진출한 기업들은 K팝·K드라마 등 한류 문화에 대한 호감도를 활용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상은 지난 4월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호시 얼굴을 담은 ‘종가 김치’ 3종 세트를 출시했다.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레시피를 최적화하고, 매운맛을 낮춘 제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