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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칼럼] 미 보수우파의 ‘이재명 정권’ 선입견 해소 긴요해

중앙일보

2025.09.21 08:26 2025.09.2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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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대기자
무사히 넘겼다는 한·미 정상회담에도 의문이 남는 대목은 회동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SNS 메시지였다. “한국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숙청이나 혁명 같다.” 기자들에겐 “한국 새 정부가 매우 악의적(very vicious) 방식으로 교회를 습격하고, 우리 군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가져갔다”며 특검 수사를 콕 집었다. 새 정부에 대한 그의 시각이 그리 긍정적으로 입력되지는 않은 듯싶다. 트럼프 주축의 미국 보수우파는 이재명 정부에 과연 어떤 생각들을 공유하는 걸까. 그 의문 속에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된 두 건의 기고가 눈길을 끌었다.

의문인 트럼프의 ‘숙청·혁명 한국’
민주당 정권에 까칠한 미 보수우파
‘북·중엔 늘 유화적’ 선입견도 표출
인내심 갖고 적극 대화, 설득해 가길
니콜라스 에버슈타트(오른쪽)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 WSJ 캡처, 중앙포토

우선 하버드대 박사 출신의 AEI(미국기업연구소) 정치·경제 석좌인 니콜라스 에버슈타트의 기고(9월 14일). AEI는 부시 정권 네오콘(강경 보수)의 상징인 딕 체니 부통령이 이사, 트럼프 1기 안보보좌관 볼턴이 수석부소장을 지낸 미국 보수우파의 원조 싱크탱크다. 공화당 정권의 핵심 요직을 공급해 온 만큼 트럼프와도 공유되는 정서다. 에버슈타트의 짧은 기고는 제목부터가 까칠하다. ‘서울과 미국의 동맹이 꼬여가고 있다’. 부제는 ‘동맹에 추가되는 위기는 한국의 대통령실로부터’다. 그는 이 대통령을 “좌편향 민주당에서도 좌측 끝 출신(the far-left wing of the left-leaning Minju)”이라 설명했다. 대북송금 사건도 짚었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심지어 ‘보수주의자’라 자처해 온 이 대통령 입장에선 불편한 시각이다.

“민주당은 주한미군이 막아내려는 북한과 중국에 늘 유화적 성향의 정파”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를 동맹이 삐걱거릴 근거로 제시한다. 그대로 옮겨 보면 “새 정부 국정원장은 과거 청와대 내 ‘탈레반(the Taliban)’이라 불리던 세력의 우두머리(ringleader)로, 한·미 동맹의 위험 완화를 위해 ‘자율’을 강화하자는 ‘자주파(self-reliance theory)’의 오랜 주창자”라고 서술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아예 실명을 거론했다. “정 장관은 과거 장관 재직 때 베트남을 거쳐 망명해 온 탈북자들에 대해 북한에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사과를 했었다. 이번엔 북한 인권보고서를 취소하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 역시 ‘북한의 현 체제를 존중할 것’(광복절 경축사)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확히 북한의 어떤 측면이 존중할 가치가 있다는 것인가.”

이는 노무현 정권 당시 볼턴 미 국무차관 발언과도 맥이 이어 있다. “노 정권의 유일한 장점이 하나 있다.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공화당 부시 정부와 무관하게 늘 북한에 유화적 DNA라 비꼰 셈이었다. 미국의 보수우파들에게 우리 민주당 정부란 여전히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이은 대북, 대중 유화론자들이며, 그러니 믿기 쉽지 않은 정체성으로 입력돼 있는 셈이다.

에버슈타트의 기고는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WSJ의 전 발행인인 카렌 엘리엇 하우스의 칼럼(‘한국, 핵무장을 원할 것인가’)에 답하며 작성됐다. 하우스의 논지. “오랜 한·미 동맹 관계는 이제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있다. 한국인 35%가 미국을 신뢰하지 않으며, 60%는 미국이 서울을 보호하려 핵을 사용하리라는 걸 믿지 않는다. 김정은은 300개의 핵무기로 2차 타격 능력까지 갖는 게 목표다. 점점 더 많은 한국인은 자체 핵 능력만이 해결책이라 믿고 있다. 한국은 갈림길에 섰지만 모든 방향이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진다.”

에버슈타트는 이에 대해 “한국민들이 미국의 신뢰성을 걱정한다는 건 올바른 지적이지만 불행하게도, 동맹의 추가적 위험은 이제 한국 대통령실에서 비롯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존중한다면, (북·중에 대한) 양다리 걸치기(a double game)는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깨달으라”고 마무리 지었다. 미국 당국자들로부터의 ‘더블 게임’ 단어가 늘어난다는 건 우리 관계자들 전언이기도 하다. ‘햇볕정책’(김대중), ‘동북아균형자론’(노무현), ‘신한반도 종전 평화체제’(문재인) 등 명칭이 어떻건 민주당 정권은 모두 북·중에 유화적인 ‘양다리’라는 보수우파 정권의 속마음을 표출해 준 게 에버슈타트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재명 SNS 캡처
대응은 분명하다. 새 정부는 미국 보수우파 핵심들과의 활발한 대화로 그들의 ‘선입견’ 자리에 새 정부의 ‘실용’ 기조를 잘 설득해 나가야 하겠다.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같은 경제의 갈등이 주한미군 같은 생존의 안보 이슈로 번지진 않게 분리하라. 여권 일각의 ‘반트럼프, 반미 여론 조성에 의한 협상 카드’ 같은 얼치기 생각일랑 접는 게 좋다. 트럼프의 군사 브레인인 콜비 미 국방차관의 지론이 주한미군의 유연한 역할 변화인 때문이다. 자체 핵무장의 결기 역시 지금은 비현실적이다. 특히 트럼프가 “북·중에의 양다리”라고 보고받을 행보는 숙고해야 할 터다. 미·중, 미·북 관계 추이를 보며 반걸음 정도 뒤따라 가는 ‘웨이팅 게임’, 그게 지금의 유일한 해법이다. 이 또한 다 지나가는 것, 그게 또한 국제정치이니.





최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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