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이끌다 지난 10일 연설 중 총격에 숨진 찰리 커크(31)를 대신해 그의 부인 에리카 커크(36)가 ‘터닝포인트USA’를 이끌게 됐다.
터닝포인트USA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본인 유고시 아내가 자신의 뜻을 이어가주길 바라는 찰리의 뜻에 따라 에리카 커크를 우리 단체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맞이했다”고 밝혔다.
미스 애리조나USA 출신인 에리카 커크는 2018년 터닝포인트USA에 채용 면접을 갔다가 커크와 연인으로 발전했고, 2021년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2017년 리버티 대학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22년엔 기독교 리더십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에리카는 기독교 의료 브랜드와 성경을 소재로 한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등 기독교적 가치의 일상 실천을 강조하면서 커크를 내조해왔다.
그는 커크의 장례식장에서 “악에 굴하지 않고 남편의 뜻을 이어갈 것”이라며 터닝포인트USA의 구심점을 자처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편에 비해서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졌지만,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에리카가 젊은 여성들의 지지를 이끄는 보수의 자산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터닝포인트USA는 2012년 커크가 복음주의와 보수주의 가치에 기초해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약 850개 대학에 지부를 두고 진보진영의 ‘워크(Woke·진보 가치 추구 운동)’ 이념에 맞서 싸우는 ‘문화 전쟁’을 벌여왔다. 2016년과 2024년 대선에선 청년 표심을 결집하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도 기여했다.
커크의 추모식은 21일 터닝포인트USA의 본부가 위치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미국프로풋볼 경기장인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추모식 하루 전부터 피닉스에는 미국 전역의 터닝포인트USA 회원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터닝포인트USA의 본부 사무실 앞은 커크를 추도하는 조화와 현수막부터 성조기와 십자가로 가득했다. 위스콘신주에 거주하는 네이선 마이클(36)은 뉴욕타임스(NYT)에 “원래는 커크를 잘 알지 못했다”며 “이번 암살은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추모식 참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추모식 참석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코너스톤 연구소의 창립자 만찬 연설에서 “커크는 위대한 인물이었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함께했고, 정치 운동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의 직원들로 가득 찬 비행기 2대가 애리조나로 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로버크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주요 인사들도 대거 추모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 국토안보부는 대규모 인파에 행정부 인사들까지 총출동하자 커크의 추모식을 NFL 결승전인 슈퍼볼 수준의 최고수준 보안 행사로 지정했다. 커크 추모에 반대하는 일부 시위대의 시위 가능성에 연방 당국은 경기장 주변 도로를 통제하면서 경계를 강화했다. 지난 19일 스테이트팜 경기장에선 총기와 칼을 소지한 한 남성이 비밀경호국에 체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