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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팔아놓고 "다시 살게"…러, 튀르키예에 '솔깃한 제안'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2025.09.21 13:00 2025.09.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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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모한 방공체계의 부품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튀르키예에 이미 판매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되사겠다고 제안했다. 성사된다면 러시아는 긴급한 자국 수요를 채울 수 있고, 튀르키예는 S-400 도입 때문에 미국이 내린 F-35 프로그램 퇴출을 되돌릴 기회가 될 수 있다.

①러시아, 튀르키예에 S-400 바이백 제안
러시아가 튀르키예에 판매했던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되사려고 시도하고 있다. 튀르키예 신문 네페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7년 튀르키예가 25억 달러에 산 S-400 지대공 미사일 2개 포대를 되사겠다고 제안했다. 이 배경에는 러시아의 미사일 재고 부족과 기존 도입국의 추가 수요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모하거나 파괴당한 대공미사일을 제때 보충하지 못하고 있고, 인도와 알제리 등 S-400을 도입한 국가들이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S-400 지대공 미사일. CSIS


튀르키예는 도입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나토 지휘통제 시스템에 통합하지 못하고 있고, 추가 유지보수가 필요해지면서 비용이 추가로 나가고 있다. 튀르키예는 2024년 단거리 방어체계인 숭구르·코르쿠트·귀르즈는 물론, 히사르·시페르 지대공 미사일과 다양한 레이더·전자전 시스템을 포함하는 다층 방어망인 스틸돔을 구축하면서 S-400에 대한 의존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튀르키예의 S-400 도입은 미국을 포함하여 나토 회원국들은 반발을 불렀다. 미국은 미국의 적성국 대응법(CAATSA)까지 적용해 튀르키예를 F-35 프로그램 참여국 지위에서 박탈하는 등 강력하고 제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의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S-400이 자국 방어의 핵심이라며 제재를 감수해 왔다.

아직 튀르키예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만약 러시아에 되파는 것이 성사되면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다. 러시아는 부족한 S-400 재고를 확보해 자국 내 수요를 충당하거나 해외 고객에게 되팔 수 있고, 튀르키예는 미국이 부과한 F-35 제재를 해제할 명분을 얻는다.

튀르키예 외 S-400을 도입한 국가는 벨라루스·중국·인도·알제리·이란이 있다. 가장 최근에 도입한 이란은 2025년 7월 말 이란 중부 이스파한 인근에서 첫 실전 발사시험을 실시했다.

②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 후 중동,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 약속
9월 9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명분으로 카타트를 공습한 뒤 중동의 걸프 국가들이 함께 대응에 나서고 있다. 9월 18일 걸프협력회의(GCC)는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를 소집해 이스라엘이 카타르 내 하마스 목표물을 공격한 데 대응해 회원국 간 국방 협력 강화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9월 18일 긴급 회동한 GCC 회원국 정상들. GCC 사무국

GCC 공동방위위원회 특별회의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선언하며, 정보 공유 확대·영상 공유 확대·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가속화·방위 계획 업데이트·합동 군사훈련 실시 등 다섯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등 6개 회원국으로 꾸려진다. 성명은 “GCC 국가들의 안보는 공동 방위 협정의 규정에 따라 나눌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번 방위위원회 회의는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도하에서 긴급 회의가 소집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열렸다. 위원회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했다. 회의는 아랍 국가들이 공식적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구조 내 더욱 긴밀한 방위 협력 관계를 고려할 수 있다는 지역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열렸다.

다만 분석가들은 이 같은 조치는 가능성이 작다고 전했다. 쿠웨이트 공군 퇴역 대령 자페르 알 아자미는 최근 공격으로 걸프 지역의 집단 안보에 대한 논의가 격화하면서 중대한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체계의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분열이 공식적인 아랍판 나토 설립을 방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산 알하산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중동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은 GCC는 집단 안보 약속을 핵심으로 삼고 있지만, 공동 군사 구조는 대부분 이론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공동 대응 외에 개별 국가별 대응도 나오고 있다. 2020년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아랍에미리트(UAE)는 오는 11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두바이 에어쇼에 이스라엘의 참가를 금지했다. 두바이 에어쇼는 중동 최대 규모의 항공우주 전시회 중 하나로 2년마다 개최된다.

③미국, 대형 드론 판매 가속화하기 위해 MTCR 개정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판매를 억제하려고 1987년 35개국이 체결한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의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시기인 2020년에도 MTCR 체제는 불공정하며, MQ-9 리퍼 같은 미국산 드론 수출을 위해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꾸준하게 문제를 제기해 왔다.

미국이 수출 확대를 노리는 MQ-9 리퍼. 미 공군

MTCR은 원래 미사일만 다뤘지만, 개정된 카테고리 1에서 “500㎏의 탑재 하중을 적어도 300㎞의 사정거리까지 운반할 수 있는 로켓과 무인항공기,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에 사용되는 장비, 소프트웨어, 기술”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이 세계 대형 드론 시장에서 튀르키예·이스라엘·중국에 점유율을 내주면서 수출 시장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있다. 중국은 MTCR 미가입국으로 해당 규정의 제약을 받지 않고,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윙룽과 CH 시리즈 전투용 드론을 싸게 수출해 왔다.

미국이 MTCR 접근 방식을 수정하려는 노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발표를 통해 특정 드론을 더 제한적인 카테고리 1이 아닌 카테고리 2 기술로 재분류하겠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무인항공기는 카테고리 1로 분류되어 수출 거부가 원칙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져, 2025년 바이든 행정부는 MTCR에 대한 개정된 해석을 발표해 카테고리 I을 더 유연하게 해석했지만, 생산 시설 및 기술 이전 가능성은 명시적으로 제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025년 4월 방위 수출 간소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분석가들은 중국과의 경쟁이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의 MTCR 접근 방식 개정은 오래전부터 필요했고, 상호운용 가능한 동맹국 및 파트너국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현호([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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