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영국과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이 2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한 것은 사실상 상징적인 조치다.
이미 약 150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지만,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우방으로 분류돼 온 서방 주요국이 합류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은 적지 않다.
팔레스타인 전 당국자 하비에르 아부 에이드는 영국 BBC에 "세계적으로 팔레스타인이 이보다 강력했던 적은 없었다"며 "세계가 팔레스타인을 위해 동원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법상 국가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두고선 논란이 따른다.
1933년 몬테비데오 협약에 따르면 국제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 영구 주민 ▲ 명확한 영토 ▲ 제 기능을 하는 정부 ▲ 대외관계 능력 등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주민과 외교 능력은 갖췄지만, 국경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제 기능을 하는 단일 정부도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주장하는 영토는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등 세 곳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1967년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현재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군, 유대인 정착촌과 뒤섞여 있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약 40% 면적만 관할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수도로 여기는 동예루살렘은 유대인 정착촌에 둘러싸여 점차 서안과 단절되고 있다.
여기에 가자지구는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대규모 파괴를 겪었다.
팔레스타인은 정치적으로도 분열돼있다. 요르단강 서안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PA가, 가자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각각 통치한다.
하마스는 2007년 6월 경쟁 세력 파타를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장악했으며, 양측은 유혈 충돌 이후 화해의 가능성을 닫아버렸다.
그동안 팔레스타인 정치는 내부 분열과 갈등, 이스라엘의 정치·경제적 압박,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지경으로 쇠퇴했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은 지도부에 냉소적이며 내부 화해의 가능성은커녕 국가 수립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마지막 대선과 총선은 2006년으로 36살 이하의 젊은 세대가 투표라는 것을 한 경험이 없을 정도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동예루살렘과 서안을 사실상 분리하는 정착촌 건설 사업을 승인하면서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대상도, 인정할 사람도 없다'는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제법 학자들은 인정이 곧 국가의 성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로맹 르 뵈프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국제법 교수는 AFP 통신에 "국가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듯, 인정을 했다고 국가가 창설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상징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필립 샌즈 교수는 지난달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순간 국제법상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된다"며 "상징적 측면에선 일종의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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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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