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마침내 기약 없는 기다림이 끝났다. 조규성(27, 미트윌란)이 시련을 이겨내고 포효했다.
미트윌란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헤르닝의 MCH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수페르리가 9라운드에서 비보르를 2-0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미트윌란은 5승 3무 1패, 승점 18로 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조규성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돼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후반 추가시간 6분 박스 왼쪽에서 롱스로인에 이은 동료의 슈팅이 골키퍼 맞고 나오자 빠르게 달려들어 왼발로 밀어넣었다.
복귀 후 두 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조규성은 크게 포효했다. 그는 지난 18일 덴마크컵 3라운드 올보르BK 원정에서 1년 4개월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데 이어 리그에서도 골망을 가르며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11440명의 팬들도 뜨겁게 환호했다. 그 덕분에 미트윌란은 후반 34분 나온 필립 빌링의 선제골과 조규성의 극장 쐐기골을 엮어 2-0 완승을 신고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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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라이벌' 비보르의 골망을 또 흔든 조규성. 그는 2023-2024시즌에도 비보르를 상대로 2경기 3골을 기록한 바 있다.
비보르 킬러다운 모습을 보여준 조규성은 밝은 얼굴이었다. 그는 경기 후 구단 인터뷰에서 "정말 놀랍다. 난 항상 비보르를 상대로 득점해 왔다. 내 머릿속에 그런 기억들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골을 넣었다"라며 "어젯밤 침대에서 '만약 내일 출전한다면 득점하거나 뭔가 해낼 거야'라고 꿈을 그렸다. 오늘 그렇게 해냈고, 우리가 해냈다. 우리는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1년 넘는 공백기를 이겨내고 두 경기 연속골을 뽑아낸 조규성. 그는 "당연히 힘든 여정이었다. 거짓말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순간을 기다렸다. 팬들 앞에서 득점하고 승리하고, 다같이 축하하는 순간 말이다. 그게 바로 내가 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조규성의 시선은 생애 첫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로 향한다. 미트윌란은 지난달 열린 UEL 3차 예선에서 프레드릭스타드를 누르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다가오는 25일 슈투름 그라츠와 첫 경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조규성은 "그냥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 유로파리그를 가장 기다리고 있다. 알겠지만, 지난 시즌엔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다음주 수요일 열리는 유로파리그 경기가 너무나 기대된다. 당연히 승리를 가져올 거다. 우리 홈 경기니까 말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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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승리'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는 조규성이다. 그는 2024년 5월 실케보르와 2023-2024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최종전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었다. 이유는 불운한 의료 사고. 조규성은 지난해 여름 시즌을 마친 뒤 국내에서 무릎 반월판 수술을 받았고, 이탈리아에서 추가로 수술받던 중 혈액 감염으로 합병증이 생기고 말았다.
이 때문에 복귀가 생각보다 훨씬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조규성은 2024-2025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는 2023년 여름 미트윌란에 입단한 뒤 데뷔 시즌 13골 4도움을 터트리며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주전 공격수였다. 그런 조규성이 빠지자 미트윌란도 단 1점 차로 우승을 놓치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재활 과정도 고난 그 자체였다. 앞서 조규성은 "몸무게가 12kg 빠졌고, 하루 3~4번씩 진통제를 맞아도 밤에 계속 깼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견디기 힘들었다. 다시 축구를 하지 못할 거란 불안감도 컸다"라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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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조규성은 무사히 경기장 위로 돌아왔고, 지난달 18일 수페르리가 5라운드 바일레 원정에서 후반 추가시간 교체 투입되며 448일 만에 피치를 누볐다. 복귀골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 18일 올보르전에서 교체 투입된 뒤 골망을 가르며 493일 만의 복귀골을 뽑아냈다.
이제 조규성은 수페르리가에서도 16개월 만에 득점하며 부활을 알렸다. 복귀 후 100분 만에 두 골이나 기록한 것. 조규성의 '상의 탈의' 사진만 봐도 지난 16개월간 얼마나 노력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득점의 기쁨으로 유니폼을 벗어던진 그의 상체는 과거의 조규성처럼 다시 탄탄한 근육질 몸이었다.
조규성이 무사히 과거 실력을 되찾는다면 내년 6월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호에도 큰 호재다. 조규성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나를 상대로 헤더 멀티골을 터트리는 등 대표팀 붙박이 공격수로 활약해 왔다. 아직 확실한 원톱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조규성의 복귀는 최전방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